9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정유시설 가동률은 95.7%로 2001년(96.7%) 이후 가장 높았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2014년 가동률이 82.2%로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상승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100%를 넘기기도 했다.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업계의 매출은 줄었지만, 정제마진은 올라 영업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설비를 가동할수록 이익이 발생하니 그만큼 가동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정제마진은 이들이 만든 제품가격에서 원유값‧운영비 등 재료값을 뺀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제유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인 정유‧화학업계는 호황이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 실적인 8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력, 수출지역 다변화, 고품질 제품생산 전략 등으로 수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올해 글로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6.2달러 수준이었지만, 일부 전망기관에서는 올해 1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연구원도 정유업계 수출이 지난해보다 1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45~50달러 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미국 등 세계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 해외 정유업체의 정기보수 등이 겹쳐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다만, 원유수입 다변화는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원유의 86%는 중동산이다. 3분의 1은 사우디아라비아산이다. 중동산 원유수입은 2015년 82.3%까지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급등했다.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는 가운데, 편향적인 원유수입선은 가격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가 원유수입선 다변화에 나서는 이유다.
한 정유업계는 올해 러시아산 원유를 50% 이상 늘렸고, 다른 업계 역시 아시아지역에서의 수입량을 40% 늘렸다. 대체로 중동산 원유수입량을 10% 가량 줄이고 미국 등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원유수입 다변화는 국제유가 변동에 대응할 수 있고, 더 저렴한 원유를 구입해 높은 수율을 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원유수입 확대에 대해 수출금융‧무역보험 등의 지원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