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는 2000년대 피처폰에 이어 2010년대 중반 스마트폰으로 시장에서도 내수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기술인력 스카우트를 놓고 법적 다툼도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경영위기에 빠진 팬택을 삼성전자가 지원하면서 LG전자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러한 두 회사가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성장하고 있는 중저가폰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팬택은 스마트폰 생산과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최고 경영진들 사이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협력 방안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 거론하고 있는 양사 간 협력 방안은 △LG전자의 팬택 인수 △LG전자의 중저가폰 생산 사업 팬택에 이관 △팬택이 중저가폰을 개발해 LG전자에 공급하는 것 등으로 나뉜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전자는 올 1분기 영업적자를 2억원까지 줄이며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강도 높은 사업 체질 개선작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결정적인 한계는 대당 판매 수익이 높지 못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국내 판매용 스마트폰의 상당 비중을 내수 생산 물량으로 충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비해 생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규모의 부품 조달이 불가능한 LG전자는 높은 생산단가와 마케팅·광고비용 등의 비용 부담이 경쟁사들에 비해 크다. 이를 충당하고 나면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 셈이었다.
그나마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프리미엄 폰 부문에서는 2015년 G4와 2016년 G5 등 ‘G시리즈’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고, V10(2015년)과 V20(2016년) 등 하반기 전략 모델인 ‘V 시리즈’가 나름대로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전체 실적 개선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그동안 판매와 수익에서 실적을 지탱해준 것은 중저가 라인업 제품들이었다. 다행히 시장 환경이 프리미엄 위주에서 중저가폰을 원하는 실속형 고객들이 늘어난 덕분에 LG전자도 생산량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었다.
관건은 중저가폰 사업에서 어느 정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LG전자도 올해 스마트폰 사업전략을 ‘수익성 위주의 성장’으로 잡고 G6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함께 중저가 라인업 강화를 내세웠다.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고정비용을 줄여 적자폭을 줄인 LG전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보다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토하고 있는 카드가 외주공급이며, 팬택과 제휴 추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팬택도 LG전자와의 협업이 절실하다. 쏠리드에 인수된 후 지난해 6월 ‘스카이 아임백’을 출시했으나 판매 목표로 정한 30만대 중 13만대 달성에 그쳐 적자를 면치 못했고, 베트남 합작사(JV) 설립도 추진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또 다시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LG전자와의 협력이 실현된다면, 팬택은 고유 브랜드를 잃는 대신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를 통해 다시 한 번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휴설이) 소문으로만 돌다가 점차 구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LG전자의 부품 구매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