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 수출 최대 변수로 꼽히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 보호무역주의 압박에 대한 영향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은 66개월 만에 전년 대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무역 수지 흑자 증가율이 16%를 기록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510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4.2% 늘었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2014년 10월 516억 달러 이후 역대 2위 성적이다.
주목할 점은 대중 수출 성적이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출 성적표는 이와 반대 양상이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1월 13.5%, 2월 28.7%, 3월 12.1%, 4월 10.2% 등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늘었다. 무역수지 흑자 역시 지난해 1~4월 108억2000만 달러에서 올해 동기 128억8000만 달러로 20억6000만 달러 늘었다.
대중 수출이 사드 보복에도 불구 호조를 보이는 것은 수출 경쟁력에 따른 중국 수요가 일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 등에서 중국 수요가 여전한 데다 소비재 역시 프리미엄 소비재 등의 수요가 일관되고 있다"라며 "특히 중국 건설경기 호조와 설비투자 회복세 등에 따른 반도체·일반기계·정밀기계·석유화학 수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드 보복이 전체적인 수출 숫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일부 중소기업들이 통관 지연 등 타격은 입고 있는 것은 보여진다"라며 "정부는 중국 피해기업에 대해서 정책자금 지원, 대체수출선 및 마케팅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수출 성적은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미 수출은 1월 -1.9%, 2월 1.7%, 3월 -5.0%, 4월 3.9%를 기록했다. 수출은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수입이 대폭 늘어 무역 수지 흑자는 크게 줄었다.
올 들어 4월까지 대미 수출은 22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 줄었지만 대미 수입은 164억8900만 달러로 22.5%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 수지 흑자 역시 지난해 1~4월 91억4000만 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60억4000만 달러로 31억 달러나 줄었다.
대미무역 흑자 감소는 미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에 따른 정부의 대응과 관련이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미FTA 재협상의 관건은 결국 무역흑자를 줄이는 것에 달렸다"며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미 FTA를 리뷰(재평가)하는 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