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정부가 외국산 철강에 이어 외국산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국가 안보 관련 긴급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알루미늄 수출국 등 업계 우려가 높아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메모에 서명함에 따라 국산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타격을 주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수출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예고했다. 대통령 메모는 행정명령보다는 낮은 단계의 행정용 지시 사항이다.
로스 장관은 "불공정한 교역 구조로 인해 수입산 알루미늄양이 늘면서 미국 알루미늄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항공우주 제품용 알루미늄 미국 업체가 한 곳뿐인 만큼 미군의 고순도 알루미늄 수요가 증가할 경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말로 안보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알루미늄 제련소가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분쟁 발생 시 미국 내 군수 생산량이 늘어나면 차량이나 선박 등에 쓰는 고순도 알루미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알루미늄 수출국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은 현재 알루미늄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로스 장관은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특정 국가가 아닌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방침에 따라 상무부는 미국 무역법에 의거해 270일 안에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안에 수입을 조정할지 또는 다른 조치를 할지 결정한다. 지난 1962년 제정된 무역확대법(United Expansion Act) 제232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때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한편 FT 등 현지 언론들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29일)에 앞서 이번 지시 사항이 나온 데 대해 "무역 상대국의 보복을 촉발시킬 수 있는 조치이며 세계무역기구(WTO)와의 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