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장학관(평택학사) 설립 무산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SNS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주로 "현직 시장이 전 시장에게 막말까지 한 것은 잘못이지만 평택시의 교육 정책을 가지고 정치권 싸움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 또한 씁쓸하다" 등의 내용들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B씨(평택 거주)는 "서울로 진학한 대학생들을 위해 장학관을 설치해 준다고 해서 큰 기대를 했는데 최근 시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학업 환경과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계획한 장학관 설립을 무슨 이유에서 시의회가 반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
20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교육적으로 낙후된 평택지역 학생들을 위해 장학관을 세우겠다고 한 공재광 시장의 공약에 반기를 들었다. 시의회가 지난 13일 열린 임시회 정례회에서 장학관 설립에 필요한 예산 120억원을 모두 부결한 것이 화근이었다.
공 시장이 민선 6기 출범 이후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적으로 열악한 평택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이른바 '인 서울' 로 진학한 학생들의 쉼터를 마련해 주겠다며 평택시 장학관 설립에 대한 포부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공 시장은 지난 10여년간 서울지역 2곳에 장학관을 운영 중인 화성시가 학생들의 학업 향상은 물론 출신지역의 자부심까지 끌어내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낸 것을 고려해 평택시 장학관 설립을 자신의 핵심 공약사업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공 시장의 계획은 시의회와 의견 차이를 보이며 난관에 부딪혔다. '지방대학 진학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 시의회의 반대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13일 열린 올해 1차 추경예산안 심의에서도 장학관 설립에 따른 예산안이 가로막혔다.
두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A씨(평택 거주)는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지방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는 일단 서울 장학관을 설치한 뒤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하는 장학관을 왜 평택만 반대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시의원들의 말도 한편 이해는 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도 못한다면 평택시는 계속해서 낙후된 교육도시로 남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격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학사 설립 예산안 부결이 정치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 시장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평택을지구당 김선기(전 평택시장)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사업에 전임 시장의 의사가 반영되면서 의회에서 부결됐다고 들었다"며 서운한 감정을 쏟아냈다.
다음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평택시의원들은 평택시청에서 성명을 통해 공 시장이 김 위원장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시장직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공 시장은 "평택학사 사업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평택지역 인재를 키우는 사업인데도 예산 반영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돼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곧바로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