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터키 개헌안이 16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가결되자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작년 3월 터키와 맺은 난민송환 협정이 깨지고 유럽으로 난민이 몰릴 것을 우려한 EU 집행위원회는 국민투표 결과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터키와 '앙숙'인 오스트리아는 터키를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17일 공영방송 ORF 인터뷰에서 "개헌 국민투표 결과는 EU에 반대한다는 명백한 신호를 준 것"이라면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해도 터키가 법치와 민주주의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가 EU 회원국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터키 가입 승인을 옹호하는 회원국들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7월 터키 정부가 쿠데타 진압 후 대대적인 숙청에 나서자 EU 회원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했다.
작년 8월에는 터키가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면서 외교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
오스트리아 외무부와 의회, 공항 등 주요기관 홈페이지는 터키 해커 조직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기독민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최대 정파 원내대표를 맡는 만프레트 베버도 이날 "터키의 EU가입은 더는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에르도안 정권의 독재화를 경계했다.
독일 야당 좌파당과 녹색당은 터키에 파견된 독일 연방군의 철군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터키가 이행 과정에서 가급적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것을 요구한다"며 국가비상사태 등에 대한 유럽 이사회의 우려와 권고사항을 고려할 것을 촉구하는 등 '점잖은' 반응을 내놓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투표 직전 연설에서 EU를 '병자'라고 부르면서 EU가 가입조건으로 넘어서는 안 될 선으로 정한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터키의 가입 문제는 조만간 EU 안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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