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예상 밖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작년 미국 대선 이후 금융시장 랠리를 주도한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CNBC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14일(이하 현지시간) 노둥부가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비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월 만에 첫 월간 하락세이자 2015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전년 대비로는 2.4%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출을 통해 성장률을 가속하고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뿌렸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소비자 심리나 기업 심리지표와 같은 소프트데이터는 작년 대선 이후 급속도로 개선됐지만 소비자지출, 주택 판매 등 하드데이터 개선세는 그에 못 미친다고 경고해왔는데 이것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이미 금융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의회에서 좌절된 이후 트럼프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를 점차적으로 줄여가고 있었다. 물가상승률이나 성장률 전망이 하락하면 함께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미국의 국채 금리는 5주 연속 하락세를 타면서 대선 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FT는 1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미국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큰 부담이 될뿐 아니라 올해 점진적인 긴축을 약속한 연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고용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인상하고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재무재표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이달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실망스러운 인플레 지표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실망스러운 인플레 지표는 일회성에 그치는 다양한 현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퍼펙트스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시몬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역시 소비자지출 위축에 대해 “1분기 지표는 다소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는 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