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 네 후보는 정식으로 금융 공약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각 캠프에 따르면 대부분 정책을 준비 중이거나 마무리 단계다.
아직 금융산업에 대한 공약이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각 후보들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 서민·취약계층 위주의 복지성 정책에 무게가 실려 있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계부채에 주목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빚 내서 집 사라고 재촉했다"며 "부채 주도 성장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띄우기에 실패해 경기 살리기도 실패, 가계부채 폭증을 나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공통된 공약도 눈에 띈다. 대부업 이자 상한을 20%까지 인하하고 소상공인 수수료율 우대, 주택담보대출의 유한책임대출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매각 및 부활금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및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이해상충 방지를 서민금융 정책으로 내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금융감독체계 마련을 공언했다.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그룹 자본적정성 평가 시스템을 시행하고, 그룹 전체의 위험관리와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게 골자다.
안 후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그룹통합감독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금융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재벌이 존재함에도 통합감독은 이뤄지지 않아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업계는 이번 대선 후보들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누가 당선이 되느냐보다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중점 추진한 성과연봉제와 인터넷은행 등의 행방이 갈리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일찌감치 성과연봉제 퇴출을 선언했다. 안철수 후보는 합리적인 인사 평가 제도와 적절한 보상 마련을 언급하며 성과연봉제에 대한 개선 여지를 내비쳤다.
인터넷은행 역시 '반쪽짜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국회 야당 정무위원들의 반대가 여전한 가운데,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금산분리 강화를 주장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직개편도 관심거리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에 따른 무분별한 정부조직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후보 당시부터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 업계는 정부 눈치보기 식으로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대선후보들이 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약을 내놓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패착을 재연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