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오뚝이' 정신...금호타이어 인수전서 '경영의 묘' 살릴까

2017-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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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1주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과 갈등, 자금난에 주름살

'4차 산업 선도' 미래 준비 한창

 

'창립 71주년' 금호아시아나그룹 발자취 [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1967년 겨울, 22세 청년 박삼구는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어)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금호그룹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부름을 받고 회사 재건의 일익을 담당할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했다. 당시 회사는 조금만 가도 타이어가 퍼진다고 해서 ‘호박 타이어’라는 오명과 창설 7년 만에 막대한 적자로 경영이 어려워진 상태였다. 출발선부터 위기였다.

올해로 입사 50주년을 맞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는 또다시 위기의 출발선에 섰다. 선친이 피땀으로 일군 금호타이어를 국내 2위, 세계 13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지만 채권단과 갈등, 자금난에 주름살이 깊어간다.
요즘 그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사옥 집무실 27층에서 길 건너 대우건설 본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일이 잦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한때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그룹의 옛 영광보다 ‘승자의 저주’에 빠졌던 그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가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순리대로’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7일 창립 71주년을 맞는다. 박 회장은 특별한 사내 행사 대신 그룹 현안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올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마무리 해야 한다”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창립 70주년에 이어 올해도 조용히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룹 창립기념일이지만, 금호타이어 내부는 매각 이슈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선협상자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선정되자 “중국어를 배워야 하나”, “사옥이 중국으로 이전되나”라는 자조 섞인 말이 오간다. 임원들은 말이 씨가 될까 “농담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노심초사다.

1946년 중고 택시 2대로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립 후 크고 작은 위기 앞에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1979년 오일쇼크를 극복하고 1988년 아시아나항공을 제2 민항사로 출범시켰다. 1998년 외환위기 후에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해 재계 순위 7위 자리에 올라섰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지만 2014년 계열사 워크아웃과 자율 협약을 졸업했다.

지난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소송도 일단락됐다.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던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5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70주년을 맞아 ‘창업 초심’을 화두로 내세웠던 박 회장은 올해 ‘4차 산업 선도’를 경영방침으로 세웠다. 현재 상황은 어렵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를 소홀하면 안 된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금호타이어 입사 50년, 그룹 회장 취임 15년 동안 박 회장은 여러 번 험난한 파고를 넘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또다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오뚝이 정신을 보여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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