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칼럼]중국을 바꾸는 O2O 기업

2017-03-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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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시장·저렴한 인건비 시너지… 中O2O 시장 폭발적 성장

 

[칼럼니스트 김재현(상하이교통대금융학 박사)]


지난 2월 방문한 베이징(北京)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달음식 주문업체의 전동자전거였다. 어러머(餓了麽), 메이퇀배달(美團外賣), 바이두배달(百度外賣) 등 3대 배달음식 주문업체의 배달원들이 도로를 온통 점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성격의 O2O(온·오프라인 연계)기업이 있지만,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가 적다. 중국은 대부분의 식당에서 음식배달이 가능하고 배달비도 몇 위안에 불과해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거대한 시장 규모와 저렴한 인건비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중국 O2O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의식주행(衣食住行) 중에서도 특히 식(食)과 행(行)의 변화가 크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중국인들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과 연결된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이용해서 택시를 부른다. 택시비는 웨이신페이를 이용해서 스마트폰에서 지불이 가능하다. 차량공유업체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베이징의 택시회사들도 카카오택시 블랙 같은 고급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중국 O2O시장의 성장은 모바일 결제 확대와 관계가 크다. O2O시장 성장으로 모바일 결제시장이 커졌고 모바일 결제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O2O시장이 다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생성됐다. 중국 편의점, 식당에서도 대부분이 현금이나 카드 대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이용해서 결제한다.

대표적인 O2O기업인 디디추싱과 어러머를 살펴보자.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디추싱은 중국 O2O기업 중 가장 유명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자인 청웨이(程維)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사업부문에서 일하다가 2012년 6월 디디추싱을 설립했다. O2O 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모바일 결제다. 청웨이는 중국 최대 모바일결제업체인 알리페이에서 일하면서 '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했다.

청웨이는 창업 초기 100여곳의 택시업체에서 퇴짜를 맞다가 2012년 8월 택시 200대를 보유한 택시회사와 간신히 사업제휴를 맺고 2012년 9월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론칭했다. 처음에 택시기사들이 데이터를 소모하는 사기성 앱으로 여겨 아예 꺼놓고 다니는 일이 생기자 데이터 보조금을 기사들에게 지급했다.

디디추싱은 점차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2014년 9월 중국 300개 도시의 택시 100여만대에 앱을 장착했고 일일 사용건수는 500만건을 돌파했다. 디디추싱은 우버(차량공유서비스)를 넘어서는 전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를 꿈꿨다. 2015년 2월 경쟁업체인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하면서 중국 최대 차랑공유서비스 업체 자리를 굳혔으며 2016년 8월 우버 차이나를 인수하며 명실상부한 독점업체로 거듭났다.

현재 디디추싱은 택시호출, 차랑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쉽게 얘기해서 카카오 택시에다 우버를 더한 업체라고 보면 된다. 디디추싱은 중국 400개 도시에서 3억이 넘는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9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독점기업이다. 최대 경쟁업체인 콰이디다처와 우버 차이나를 인수합병한 결과다.

디디추싱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O2O기업인 어러머는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서 대학원생이 창업한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상하이교통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창업자인 장쉬하오(張旭豪)는 날마다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했다. 한밤중 배가 고파 음식을 시켜먹고 싶어도 밤늦게 영업하는 곳이 없어서 배를 곯다가 음식배달 서비스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곧바로 친구들과 재학 중 창업을 했다.

장쉬하오와 동업자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회사에 모조리 투자하고 음식배달에 전력을 기울였다. 어떤 동업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사기회를 포기하고 회사에 매달렸고 장쉬하오도 홍콩이공대학 유학기회를 포기했다. 대학생 창업열기, 폭발적인 O2O 성장에 힘입어 어러머는 운좋게 성장의 기회를 잡았지만, 치열한 경쟁과 포인트 지급 대전(大戰) 등 위기도 많았다.

현재 어러머는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으로서 300개 도시, 50만개 음식점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 수는 50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1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후, 어러머는 알리바바 계열로 편입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O2O기업을 살펴봤다.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중국 O2O기업이 맞닥뜨린 문제도 만만찮다. 우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부족하다. 대다수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도시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는 어러머, 바이두배달도 똑같은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힘들다. 아직까지 수익모델을 확립한 O2O기업이 드물다.

하지만 중국 O2O시장은 시장 규모와 모바일 결제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차량공유도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중국에서 더 커졌다. 향후 중국은 글로벌 O2O시장의 선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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