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홍콩 경찰이 지난 2014년 발발한 홍콩 민주화 시위인‘우산혁명’의 주역 9명을 27일 기소했다. '친중파' 캐리 람(林鄭月娥)이 전날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로 정치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홍콩 경찰 측은 이날 오전 홍콩 '민주파 3인방'으로 불리는 베니 타이(戴耀廷) 홍콩대학 법대 교수, 찬킨만(陳健民) 홍콩 중문대 강사, 추이우밍(朱耀明) 목사를 비롯해 우산혁명에 참여했던 9명의 인사에게 전화로 기소를 통보했으며, 이들이 저녁때 경찰에 출석했다고 홍콩 성도일보, 명보 등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이들에게는 공공장소 소란 공모, 공공장소 소란 선동 등의 죄목이 적용됐다. 최고 7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죄목들이다. 기소된 9명은 오는 30일 법정에 서게 된다.
무엇보다 26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캐리 람 전 홍콩 재정사 사장(총리 격)이 당선된 바로 다음 날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면서 정치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기소된 타이 교수는 "현 렁춘잉 정권이 다음 캐리 람 정권을 위해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캐리 람이 오는 7월 1일 홍콩 행정장관에 공식 취임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산혁명 아이콘'인 조슈아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도 경찰의 통보가 람 당선인이 승리한 즉시 이뤄졌다며 학생 운동가들에 대한 정치적 기소가 지속될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율정사(律政司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검찰은 기본법 63조의 헌제 책임을 성실히 수행한다"며 "중립성, 전문성, 비정치적 태도로 검찰 업무를 수행하며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다"고 정치적으로 추측하는 것을 경계했다.
캐리 람 당선인은 이번 기소 건에 대해 "사전에 아무것도 몰랐다"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치를 존중한다"면서도 "사회분열의 봉합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홍콩의 법치와 타협 대상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앞서 당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이 여러 가지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며 행정장관으로서 이를 치유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람 당선인은 앞서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 재직 당시인 2014년 우산혁명을 강경진압한 인물이다. 당시 람 당선인은 시위대 1000여명을 체포해 반감을 샀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이를 높이 평가해 이번 선거에서 캐리 람을 적극 밀어줘 당선을 도왔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28일 '홍콩 경찰의 기소는 법률의 존엄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사회분열을 봉합하는 것의 핵심은 법률이 권위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며 이번에 기소된 9명에 대해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법관들이 정치나 여론의 압력과 간섭을 물리치고 저문적으로 비판할 여지가 없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