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홍콩 지도자인 행정장관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997년 중국에 귀속된 홍콩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시행한후 다섯 번째 치러지는 간접선거다.
특히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를 위해 홍콩에서 79일간 이어졌던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이후 홍콩의 민주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 이번 선거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이중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는 친중파 캐리 람이다. 선거가 간선제로 치러지는 데다가 중국 지도부에서 그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어서다. 람이 당선되면 홍콩의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된다.
행정장관 선거는 정원 1200명(현재 6명 공석)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1200명 선거인단 대부분이 친중·기득권층이다. 홍콩 야권 세력인 범민주파가 확보한 자리는 전체 선거인단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국 지도부에서 미는 후보가 당선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람 후보는 정무사장을 지낼 당시 2014년 10월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를 위해 홍콩에서 79일간 이어졌던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하며 중국 지도부의 눈에 들었다.
람 후보는 홍콩 저소득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고등교육을 받고 약 40년 간 엘리트 관료 생활을 해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 타는 법을 몰라 헤매는 등 서민과 동 떨어진 행보를 보여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홍콩의 민심은 정반대로 람 후보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홍콩의 자치에 간섭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대민의연구계획이 이달 중순 실시한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인 존 창 후보의 지지율이 52.8%로, 처음 과반수를 넘어섰다. 이는 지지율이 전달보다 13.6% 포인트 오른 것이다.
반면 람 후보는 지지율 32.1%로 2위에 그쳤으며, 우 후보의 지지율은 10.1%에 그쳤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1017명 시민을 방문 조사한 결과다.
최근 대다수 홍콩 여론조사에서도 람 후보는 창 후보에 뒤지고 있다. 다만 친중 여론조사 기관인 홍콩연구협회가 지난 13일부터 20일간 시민 1372명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람 후보가 지지율 41%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지율은 창 후보보다 5% 포인트 앞섰을 뿐이다.
창 후보도 친중적이긴 하지만 람 후보보다 정치색이 엷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범민주파 야권 세력를 업고 창 후보가 역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사실상 당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