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 일부가 전라남도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미역양식장을 덮치면서 어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인양지점으로부터 10㎞ 떨어진 섬까지 확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27일 진도군 등에 따르면 인양과정에서 유출된 기름띠는 동·서거차도, 대마도, 모도, 관매도, 진목도, 관사도 등 인근 섬으로 확산 중이다. 인양 현장과 1km가량 떨어진 곳에는 미역 양식장이 있다. 동거차도 주민들 대다수는 70ha 규모의 미역 양식장에서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문제는 인근 20~30㎞ 떨어진 조도 등 다른 양식장의 피해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군은 현재 72개 양식장에서 최소 70억~8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겪은 기름 피해로 입은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기름띠가 양식장을 덮치자 어민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미역 수확철을 앞두고 기름이 유출되자 완도산 해산물이 소비자로부터 영원히 외면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상품으로 인정받던 미역과 다시마, 톳 등 청정해역에서 나는 특산품 거래는 끊겼다.
동거차도에서 양식업을 하는 정모씨(55)는 "인양 직후 미역 수확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기름 유출로 1년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2014년에도 모두 폐기하고 보상금으로 겨우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300여만원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인건비로 다 쓸 수밖에 없어 피해가 너무 컸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민들은 기름 유출이 인양 과정에서 충분히 예측됨에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정부에 대해서도 원망의 목소리를 냈다. 침몰 당시 세월호의 선체 탱크 안에는 약 214㎘의 기름이 있었다. 화물칸에 적재된 차량(185대) 내 연료유와 윤활유는 각가 5.5㎘, 1.85㎘인 것으로 추정됐다.
미역양식을 하는 차모씨(48)는 "2014년 피해 이후 일부 주민들은 기름 피해와 관련해 아직까지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에도 충분히 유출이 예견됐음에도 세 겹에 걸쳐 방제막을 설치했기 때문에 기름 유출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하고선 결국 기름이 또 양식장을 덮쳤다"고 한탄했다.
진도군청과 세월호 선체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 측 관계자들도 기름 유출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피해보상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