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처음이라고 했다. 데뷔 후 무려 15년 만에.
낯 선 듯 낯익은 배우 김기남과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기남에게는 어쩌면 이 인터뷰가 찬란한 시작의 한 페이지가 될 수도 있을 거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미씽나인’ 종영 후 되게 허전했어요.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분량이 늘어서 매일 촬영을 했습니다. 두 달 정도를 촬영에 매진하다가 마지막 방송날에 촬영도 마지막으로 했죠. 당일 오후 네 시에 끝이 났어요. 마지막 촬영도 애드립으로 끝냈네요. 하하.”
‘미씽나인’은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러나 시청률과는 반대로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의 호흡은 그 어느때보다 좋았다. 특히 김기남은 ‘미씽나인’의 정경호는 이미 10년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다. 정경호와의 호흡은 물론, 특히 배우 오정세에게는 고마움과 더불어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드러내기도 했다.
김기남은 ‘미씽나인’에서 조연이었지만, 없어서는 안 될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실제로 그저 ‘로드 매니저’에 지나지 않았던 그의 역할은 김기남의 재치와 순발력으로 탄생한 ‘애드립’이라는 옷을 입고 ‘임병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야말로 김기남의 연기는 살아있는 활어마냥 신선했다. 대부분이 애드립 연기였지만 그 누구도 그의 애드립을 거부한 배우, 스탭들은 없었단다. 오히려 대본을 쓴 작가님까지도 그의 애드립을 칭찬하며 분량을 늘려줬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연기 자체를 즐기는 배우다.
그래서 김기남은 감히 ‘미씽나인’을 자신이 지금껏 했던 작품 중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건 없었어요. 현장이 너무 좋았고 재밌었죠. 감독님이 오히려 더 장난을 많이 치셨고요.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해서 그 누구도 쳐져있거나 기죽지 않았어요. 현장 분위기는 시청률 40% 나오는 정도로 화기애애하고 밝았죠.(웃음)”
김기남은 ‘미씽나인’ 종영 이후 뉴프라이드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줄곧 매니지먼트 없이 혼자 촬영장을 다니며 고군분투했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의 스탭들이 촬영 현장을 따라다니며 연기가 좀 더 원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김기남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한 번은 ‘미씽나인’ 촬영 장에서 갯벌신을 처음 찍을 때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어요. 다른 배우들은 담당 매니저분들께서 점퍼를 입고 있으면 중간에 가져가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점퍼를 가져갈 분이 없어서 갯벌 한 복판에 입고가지를 못했어요. 정말 서러웠던 기억이 있네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이제 점퍼를 맡아줄 사소함도 누릴 수 있는 든든한 매니지먼트가 생겼다.
배우 김기남은 그간 조연이나 단역을 주로 맡았다. 최근에야 대중들이 조연 배우들이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가 연기를 시작하던 2002년에만 해도 조연은 빛나지 못했다. 하지만 김기남은 화려한 주연보다, 묵직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조연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되려 “캐릭터가 있는 배우들은 질투가 난다”라고 할 정도였다.
“어쩔 땐 제가 거울을 보면서 탈모가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만큼 강렬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아무리 단역이지만 이 장면을 어떻게 살려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기남은 ‘미씽나인’을 비롯해 ‘내성적인 보스’ ‘도깨비’ ‘객주’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어쩌면 주연보다 더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역할을 하다 보니,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그 어떤 배우들 보다 넓다. 틀에 박힌 연기가 아닌 어떤 색깔의 옷을 입혀놔도 다 자신에게 맞춰지는, 그런 배우 말이다.
“연기를 하면서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이 다른데, 저는 제가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최대한 ‘김기남처럼’ 연기를 해요. 최대한 저 처럼요. 그래서 많은 캐릭터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아직 혼란스럽지는 않죠. 김기남처럼이 어떤 거냐고요? 유쾌할 때는 유쾌하고 어색한 상황에서는 또 어색하게. 스펀지 같이 모든 걸 빨아 들이는 배우요. 그리고 바퀴벌레 같은 찔긴 생명력도요. 하하하하.”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