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만났다

2017-03-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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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먼저 '백서'를 통해 진실알려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박근혜 파면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의 일순위로 세월호가 인양됐다. 촛불민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해보였던 '세월호 인양'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73일 만인 23일 새벽에 맹골 수도 바닥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킨 세월호는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면위로 떠오른 세월호의 모습은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선체의 낡은 색은 긴 시간동안 까맣게 타버린 세월호 유가족, 특히 미수습 가족들의 가슴 속을 보여주는 듯 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크게 인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질 않았다. 인양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했지만, 그 속내는 쉽게 짐작이 간다. 틀림없이 청와대의 눈치를 살폈을 것이다. 탄핵소추를 당해 직무가 정지됐던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을 것이다.

중국의 고전 삼국지를 보면 ‘죽은 제갈량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쫒았다’는 고사가 나온다. 죽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살아있는 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제갈량의 지략에 대한 찬사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죽은 청와대의 권력 그림자가 시퍼렇게 살아 숨 쉬는 세월호 인양의 목소리를 꺾어왔던 것으로 비유가 바뀐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조사, 청문회 등에서 드러났듯이 해수부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시시콜콜하게 방해했고, 청와대 역시 직접 나서 세월호 진상을 파헤치려는 검찰의 수사도 방해했다.

그랬던 해수부가 대통령이 파면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월호 인양의 고삐를 빠짝 조였다. ‘더 이상’ 죽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결연함으로 읽혀지는 것은 현실화된 ‘장미대선’에서 권력의 전환이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팽목항을 시작으로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졌던 세월호 진상규명의 요구는 촛불집회의 거대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촛불집회가 가져온 대통령 파면에 따라 새로 들어서는 권력은 적폐 청산에 나설 것이 명백하다. 해수부는 과연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나.

청와대에서 개인의 집으로 쫓겨난 전직 대통령에게는 세월호는 거대한 ‘트라우마’였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7시간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졌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에서도 줄기차게 조사를 해왔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도 포함됐다.

오죽했으면 구속된 최순실씨는 “노란색을 보기도 싫다”고 했을까?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보여준 그동안의 처신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낸 국정시스템의 상징이다.

잘못된 국정시스템은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른바 ‘역린’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이 “이처럼 쉽게 될 줄 몰랐다”는 세월호 유가족의 탄식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기는커녕 국민들을 더욱 고통으로 밀어 넣은 잘못된 행정이 없었는지를 되돌아보고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 해수부는 앞선 사람들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인 ‘복차지계(覆車之械)’를 명심해야 한다.

해수부는 ‘백서’를 통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했으며, 잘못된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고쳐나갈 지에 대해 국민들 앞에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스스로 먼저 매를 맞지 않으면 국민들이 매를 들 수밖에 없다.

1073일 만에 모습을 다시 드러낸 세월호가 그동안 가려졌던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다. 그 진실은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사회개혁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 가족들에게 다시금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미안합니다.

사족,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죽었지만 죽지 않은 권력임을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검찰이 말한 예우치고는 지나침이 많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그런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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