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핫피플] 아이폰 무너뜨린 오포·비보 신화 이끈 돤융핑… 10년 만에 첫 인터뷰

2017-03-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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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와 비보의 공동창업자인 돤융핑(段永平) BBK(步步高·부부가오) 회장 [사진=바이두]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애플은 중국에서 우리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들 역시 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애플이 훌륭한 운영체제(OS)를 개발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는 다른 영역에서 그들을 넘어섰습니다."

오포(Oppo)와 비보(Vivo)의 공동창업자인 돤융핑(段永平) BBK(부부가오·步步高) 회장은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이 진행한 돤 회장의 인터뷰는 그가 10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처음 드러낸 자리였기 때문에 업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국 스마트폰 상위 3위 브랜드 가운데 2개를 보유한 BBK를 세운 그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둔형 최고경영자(CEO)다.

값싼 아이폰 복제품으로 취급받던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줬다. 애플은 이 두 브랜드에 밀려 작년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가 감소했다.

오포와 비보가 애플을 제친 것은 애플이 중국 현지경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돤 회장은 분석했다. 

그는 "오포와 비보는 값싼 기기에 고급 기능을 탑재하는 등 애플이 꺼리는 전략을 펼치며 애플과 경쟁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돤 회장은 오래전부터 애플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팬이라고 전했다.

돤 회장은 "팀 쿡을 몇 번 만났다. 그는 나를 모르겠지만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그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개인 블로그에 그는 애플의 제품, 주가와 운영상태에 대한 리뷰를 남겨왔다. 당시 애플의 시가 총액은 지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015년 블로그에 애플의 수익률이 5년 안에 1000억 달러에 달할 거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언제 애플의 주식을 구매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당량의 해외 자산들이 애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 그의 집도 애플 본사와 가까운 미국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에 있다.

돤 회장은 아이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주머니가 큰 옷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자주 쓰는 아이폰을 포함해 기기 4개를 가지고 다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은 놀라운 회사다. 우리가 배울 모델"이라면서 "우리는 누구를 따라잡겠다는 생각은 없고 대신 스스로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올해 56세인 돤 회장은 뛰어난 투자 감각으로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중국 장시성에서 태어난 그는 1995년 BBK를 창업해 컴퓨터와 DV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등을 팔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

자회사 BBK 커뮤니케이션 이큅먼트는 2000년 즈음 중국에서 가장 큰 피처폰 메이커 가운데 하나가 돼 당시 거대 기업인 노키아, 모토로라와 경쟁했다. 2001년 40세의 나이로 잠시 업계를 떠나있던 돤 회장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은퇴를 접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2000년대 후반 피처폰 판매 둔화로 와해 위기였던 BBK는 토론 끝에 새로운 회사 2개를 탄생시켰다. 바로 오포와 비보다. 

아이폰과 블랙베리라는 거대한 산에 가로막힌 두 브랜드는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포와 비보는 현지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과 중국 전역의 광범위한 판매망으로 승부를 걸었다.

부담 없는 가격의 이미지로 젊은 층에 다가갔고 이후 고가폰 시장까지 발을 넓혔다. 오포와 비보의 제품은 이제 아이폰을 충전속도나 메모리, 배터리 수명에서 앞서곤 한다.

시장조사업체 IDC 추산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 모두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오포와 비보는 각각 중국 시장의 1위와 3위였고, 화웨이는 2위였다.

오포와 비보는 '홈그라운드' 밖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4분기 세계 시장에서 오포와 비보는 4위와 5위였다. 오포의 판매량 가운데 4분의 1 정도는 인도 같은 시장에서 나온다.

돤 회장은 여전히 회사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 회사의 승계를 고민하고 있지만 자신이 회사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오래부터 분명히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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