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금융권 희비 엇갈려…은행 '웃고' 여신사 '울고'

2017-03-19 11:18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가 2019년까지 꾸준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시중 금리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에 울고 웃었던 금융권은 금리 상승기에도 업권.기관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미국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금리는 오르는데 반해 수신금리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예대마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1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예대금리차)는 2.00%포인트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확대됐다. 이자 수익 증가 등 실적 호조와 함께 주가도 상승세다.

지난해 신한지주와 KB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지주사의 순이익은 급증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통합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또 하나금융 주가는 1년 전보다 71%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과 KB금융의 주가도 20% 이상 상승했다. 이밖에 광주은행, 우리은행 등도 최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보험업계는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호재지만,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은 보험사의 이자 마진과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통상 투자이익 증대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저축성 보험의 경우, 공시이율이 올라가는 속도가 은행 금리보다 느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일부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악재다.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일부 보험사들은 2014년부터 회계상 채권용도를 만기 보유에서 매도 가능으로 변경했다.

매도가능채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만기보유채권과 달리 분기별로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한다. 평가손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가격이 올라 매도가능채권 비중이 클 경우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생길 수 있다. 계정을 한번 바꾸면 3년간 다시 재조정할 수 없어 꼼짝없이 평가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업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은 주로 카드채와 캐피탈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한 뒤 이 돈으로 대출을 해 수익을 낸다.

여신금융사들은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기조 덕분에 조달비용이 크게 줄어 이득을 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조달비용은 전년 대비 1449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카드채(AA+) 3년물 시장금리는 1.5%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2%를 웃돌고 있다. 또 캐피탈채(AA-) 3년물 시장금리도 1.7%대에서 지금은 2.3%를 상회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이 고금리라는 지적이 많아 대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며 "올해는 조달비용도 올라가고 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