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곱씹는 수집품의 역사…국립현대미술관 '삼라만상'展

2017-03-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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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3일까지 서울관서 개최…4년간 수집한 작품 선별해 121점 선보여

김환기, '새벽 #3'(1964~1965)[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전시회 대부분은 특정 주제에 따라 작품들이 선정되고, 그에 따라 비슷비슷한 의미를 전달한다. '특별전' '기획전'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올해 서울관 첫 전시로 내세운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전은 그런 점에서 남다르다. 8월 13일까지 열리는 이 신소장품전은 전시주제를 정한 다음 거기에 맞춰 작품을 구성하는 여느 기획전과 달리 수집된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과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는 역사적 의미를 역으로 짚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작품 932점을 수집했고, 이 가운데 121점을 선별해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이들 작품에서 보이는 것은 하나의 큰 주제보다는 작가들의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 영역과 다양한 주제들의 공존 현상이다. 소장품의 시대별 특징과 미술사적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김기창, '정청'(1934)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 제목 '삼라만상'(森羅萬象, 온 우주의 만물과 모든 현상)은 출품작인 강익중의 작품명에서 가져온 것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함과 작가들의 무한한 표현영역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였다. 이러한 표현 영역은 근대기와 김환기의 작품에서 시작해 중국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양푸둥의 작품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전시장은 한국근대미술과 전통성을 시간적 흐름으로 보여주는 제1전시실을 비롯해 동시대 미술을 다양한 소주제를 통해 들여다보는 4개의 전시실로 꾸며졌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삼라만상'으로, 근대와 동시대 미술의 근원과 출발점을 담고 있다. 이곳에선 강익중의 '삼라만상', 김기창의 '정청', 이쾌대의 '여인 초상', 변월룡의 '민촌 이기영 초상' 그리고 미술관 역대 최고가 소장품인 김환기의 '새벽 #3'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신사실파, 추상 그리고 현대적인 수묵산수화로 이어지는 한국미술의 시간적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제2전시실은 작품으로 통하는 소재이자 개인의 삶과 역사인 '일상'을 주제로 한다. 여성의 신체를 주제로 한 키키 스미스의 '코르사주', 안창홍의 '베드 카우치 1', 김은진의 '냉장고' 등은 작품이 일상의 다양성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웅변한다. 
 

양푸둥, '죽림칠현IV'(2006)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경계'가 주제인 제3·4전시실에서는 일상과 이에 접해 있는 작가들의 세계 간의 경계 그리고 두 세계를 아우르는 사진작품,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국 미디어아트의 대표작가 이용백의 '깨지는 거울'과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 이완의 '메이드인- 대만,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도 주목할 만하지만 강홍구의 '오쇠리 풍경', 유현미의 '작업실의 우주' 등의 작품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제5전시실 '죽림칠현'에서는 양푸둥의 대표작 '죽림칠현 III'과 '죽림칠현 IV'이 상영된다. 양푸둥은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대한 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인지되고 보인다"며 "이러한 변화는 전통의 가치와 개념조차도 잃어버린 우리들의 정신적인 태도와 관련 있으며 때때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기적인 존재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질문, 즉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인상적인 작품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수집절차와 활용 등 소장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도 도움을 주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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