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침체 등 수출 장기적으로 毒, 기업들 대응책 모색 나서

2017-03-1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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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진희·문지훈·류태웅·윤정훈 기자 =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중국이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이라는 또 하나의 수출시장이 위태롭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3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및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국의 금융 불안과 경기침체를 가속화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57.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국내 일부 기업들은 사드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인도와 중동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던 상황이었다.

산업계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신흥국으로의 수출 확대에 공을 들여 온 자동차업계는 위축되는 현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신차를 공급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현대차는 인도에 올 상반기 내 소형차 베르나 신형을 출시하고, 이후 소형 해치백과 소형 MPV, 소형 SUV 등 신흥국 전략모델을 대거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경기 회복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위축되지 않고 다양한 마케팅과 신차 출시로 현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북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돼 신흥국의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기존 고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가격경쟁력 상승이라는 호재이면서도 신흥국 수요 감소라는 악재이기도 하다”며 “다만 신흥국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이미지를 강조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유가상승 움직임의 제약과 신흥국 수출 차질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거래선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 등에 집중해 미국의 금리인상 파고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항공업계는 신흥국에 대한 리스크는 적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외화 부채 부담이 크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를 구입 또는 리스할 때 미 달러화로 결제해 변동금리 차입금과 임차료 등의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변경하는 금리 스와프 계약 시행 등 위험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며 “현시점에서 부채 비율 등에 따라 매뉴얼을 가동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노선 확대 등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에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달러 강세가 되면 원료 수입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수출경쟁력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점도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내추럴 헤지'를 상시 운영 중"이라며 "평소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가동 중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환 헤지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기업은 이런 대비를 하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은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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