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국과 일본의 중앙을 동서로 잇는 선의 정중앙에 위치한 경북 성주의 지정학적 특징에 주목한다. 즉, 중국은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를 북한의 미사일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통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현실화의 핵심기제로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선 일본에 배치된 기존의 사드 두개와 경북 성주의 사드, 이 세 개가 트라이앵글을 이뤄 자국의 심장부를 찌르는 '삼지창'으로 여기고 있다. 사드 배치를 센카쿠 분쟁보다 훨씬 중요한 전략적 핵심이익의 심각한 훼손으로 보고 있는 것.
중국은 사드가 실제로 배치되면 군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 공언하는 등 한국에 유무형의 전방위 보복을 본격화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백지화한다면 그 역시 미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다. 한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중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사드는 가까이서 보아도 소탐대실((小貪大失·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이요, 멀리서 보아도 길소흉다(吉小凶多·길함은 적고 흉함이 많다)이다.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의 도발이 근절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 불안과 경제 침체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를 즉각 백지화해야 하는가? 그렇게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이상 사드 배치를 전제하는 식으로 대외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새는 날개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이 창공을 웅비하는 보라매라면 'G2'인 미국과 중국을 보라매의 양 날개로 삼자. 사드 문제를 대중·대미외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드의 실제 배치는 최대한 늦추고 미·중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미·중 간의 협상과 조정을 주선해야 한다.
또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하되 사드 배치를 실제로 배치하는 행위는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은 그가 추진한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사드 배치를 비롯하여 한·일 위안부협상, 개성공단 폐쇄,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등 박근혜 전 정권의 4대 주요 대외정책 결정은 그 효용성을 떠나 국민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 없이 박 전 대통령 또는 비선이 독단으로 결정해 돌연 발표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이들은 국민투표 또는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중요한 대외정책결정들이다. 한·일 위안부협상과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의 국가이익과 남북통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폐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드 배치는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 FTA보다 훨씬 중요한 외교·통일·국방 및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된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건을 국민투표로 결정했듯, 헌법 제72조에 따라 이는 국민투표에 붙여 국민적 합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제반 여건을 감안해 국민투표는 곤란하더라도 사드 배치는 헌법 제60조에 따라 최소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거라고 판단된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가급적 일본을 배제시킨 한·미 동맹에 더해 중국과의 안보협력,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 사드 배치를 최대한 늦추는 대신 중국과의 물밑협상을 통해 중국의 실제적인 대북제재 역할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밖에 현실적인 국익 차원에서 일본보다는 중국을 중시하는, 미>중>일>러 외교 우선순위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편만 들고 어느 한쪽과 척지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에 미·중 양국은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택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 취할 때 더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보완재와 같은 존재다. 양자택일의 강박관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미·중 양국의 이익이 교차하는 공통분모를 탐색·포착하고 거기에 한국의 국익을 착근, 삼투시키게끔 창조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이래야만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남북통일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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