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러 용의자 또는 테러 단체에 대한 드론 공격 수행권을 미 중앙정보국(CIA)에 다시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목상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CIA의 독자적 작전권을 통해 '표적 살해'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범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론 공격과 관련 CIA가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對)테러전 완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표준 관행으로 자리잡은 '합동 접략'을 뒤집는 것이다.
합동 전략의 목적은 군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있었다. 주로 비밀공작을 주로 수행하는 CIA는 공습 과정에서 테러 용의자나 민간인 사망자 수를 정확히 보고할 필요가 없었지만 군대는 드론 공습작전 대부분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CIA가 독자 작전권을 갖게 되면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와의 마찰을 부추길 수 있다. CIA가 실제 타격을 담당했던 군대에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작전을 수행, 타격할 수 있는 만큼 타격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인권 단체 등 미국 사회에서는 이번 지침을 계기로 '표적 살해'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부총재는 "CIA는 군사적 역할이 아닌 외부 정보 수집 및 분석을 담당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며 "실제 타격 여부와 그 결정은 CIA가 아닌 군축 사령부를 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CIA의 독자적 드론 수행권을 시리아에 한정했다고 해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등 유사 작전이 이뤄지는 다른 지역에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CIA가 드론 공습 대상 지역을 시리아 외 다른 곳으로 확대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21일 CIA 본부에서 간부진과 회동한 직후 CIA에 드론 공습권을 다시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이 긴급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행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백악관에서는 관련 답변을 거부한 상태다.
드론 공습 주도권을 다시 잡은 CIA의 첫 공습은 지난 2월 알카에다 창시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위인 아부 알카야르 알마스리를 제거하기 위한 시리아 내 작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CIA와 국방부 역시 확인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