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장은영 인턴기자 = “최근처럼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격히 줄면 매출도 반토막이 날 것 같아 정말 걱정이에요.”
서울 명동의 한 시내면세점 8층 의류 매장 직원은 요즘은 호객할 중국인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1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화이트데이'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산했다.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과 한국 콘텐츠를 제한하고 나서 유커(遊客)들이 부쩍 줄어든 탓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시내면세점이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필수 코스였던 만큼 유커가 사라진 자리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매일 개장 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던 유커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직집 제공했다는 이유 롯데를 향한 반감이 거세, 유커 가 대거 다른 면세점으로 이탈한 영향이 크다.
유커들의 필수 코스였던 한류스타 포토존 ‘스타에비뉴’도 한산했다. 한류스타의 손도장과 사진, 사인이 벽에 빼곡히 나열돼 있지만,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걸음을 멈추는 유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롯데 불매의 여파로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였으나 예전만큼 발디딜 틈없이 매장을 꽉 채우던 수준은 아니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99%가 중국인 고객인데, 최근 비중이 크게 줄었다”면서 “당장 매출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명동점 개점 시간을 기존보다 30분 앞당긴 오전 9시로 변경하기도 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줄어드는 만큼 개별 관광객(싼커)이나 다른 외국인 관광객 등의 편의를 위해서다.
특히나 15일을 앞둔 면세점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은 중국 소비자의 날로, 해마다 특정 외국기업을 소비자 고발하는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가 방영된다.
중국 국가여유국에서는 이날을 기점으로 한국행 단체 및 개인 여행상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조치해둔 상황이라 단체 관광객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이미 예약됐던 한국행 크루즈도 취소나 행선지 변경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A면세점 관계자는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이 늘어난다하더라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만큼의 소비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내국인 소비 활성화가 그나마 매출 타격을 줄여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유커 다음으로 내국인들의 매출이 면세점에서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내국인은 면세점 구매 한도가 정해져 있어 등 대대적인 유커 감소로 발생한 매출 공백을 메우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B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정서도 좋지 않은 데다 중국인 관광객도 줄어 10%대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면서 “15일 이후가 되면 매출 감소세가 더욱 커질 것 같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