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지난번 원유 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유가 급락을 예측했던 애널리스트가 또 다시 하락장 가능성을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교의 레오나르도 마우게리는 국제유가가 "상당폭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국제유가는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붕괴됐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4일(한국시간) 배럴당 48.3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14~16년 유가 급락 이후 위축됐던 미국 셰일유 산업이 최근 유가 반등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데다가 유가 폭락 이전에 승인됐던 유전 개발사업이 재개되면서 과잉 공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마우게리는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셰일유 산업이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OPEC의 감산 합의의 최대 수혜자라고 적었다.
이탈리아 석유기업인 에니(Eni)의 사장이었던 마우게리는 전 세계적으로 1,200여 곳의 유전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데 2012년에도 그는 이를 토대로 급락장을 예측한 바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과잉공급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7개 유전지대의 셰일유 일일 생산량이 다음 달에는 10만9000배럴 추가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즈는 3월 10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채굴장치가 총 617대까지 늘어나면서 2015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에 386대에서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OPEC의 감산 합의가 오는 6월로 만료되지만 아직까지 감산 합의에 연장할 것이라는 확신한 신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OPEC과 11개 산유국들은 일일 18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국제에너지업계 연례회의 세라위크(CERA week)에서 산유국들의 연합 전선이 무너지는 신호가 포착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RBC 캐피탈 마켓츠의 헤리마 크로프트 전략가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OPEC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한때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지켜내겠다고 맹세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감산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다른 나라를 위해 자국이 비용을 치를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CNBC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만 이라크,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들은 약속한 만큼 산유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세라위크에서 이라크는 올해 말 산유량을 일일 500만 배럴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감산을 6개월 더 연장할지 여부는 올해 상반기 감산 참여국들의 약속 이행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