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화두는 ‘장타’…KPGA ‘역대 장타왕’ 경쟁 예고

2017-03-09 12:36
  • 글자크기 설정

[(왼쪽부터) 김건하, 허인회, 김태훈, 김봉섭=KPGA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최근 골프계의 화두는 ‘장타’다.

지난 5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의 가장 큰 무기는 폭발적인 장타다. 당시 그의 대회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321.5야드였고, 최장 드라이브 거리는 393야드였다.

존슨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316.2야드로 해당 부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58.52%(113위)에 그쳤으나 압도적인 장타력 덕에 75.25%(4위)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주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2013년 평균 드라이브 거리 245.9야드에서 올해 253.9야드까지 증가했다. 4년 사이 약 10야드 정도 거리가 늘었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을 수상한 고진영(22·하이트진로)은 지난해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을 드라이브 거리로 꼽으며 “전지훈련 동안 드라이브 거리 증가에 힘을 쏟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장타가 대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뻗어 나가는 호쾌한 장타는 KPGA 코리안투어가 지향하는 ‘다이내믹’의 상징이다. 역대 KPGA 장타상을 수상한 주요 선수들 또한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2017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태훈. 사진=KPGA 제공]

KPGA 코리안투어 통산 2승을 기록하고 있는 ‘테리우스’ 김태훈(32·신한금융그룹)은 2013년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1.1야드로 장타상을 거머쥐었다. 2013 시즌에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김태훈이 유일했다.

이후 2014년 288.8야드로 드라이브 거리 부문 5위, 2015년 281.3야드(12위), 2016년 287.1야드(25위)의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를 적어낸 그는 올 시즌 장타자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뽐내겠다는 각오다.

김태훈은 “공을 멀리 보내는 것은 언제나 자신 있었지만 한 동안 드라이버 티샷의 방향성이 좋지 않아 경기력의 기복이 심해졌고 거리에 큰 욕심을 내지 않게 됐다”며 “다행히 최근 드라이버 티샷의 거리와 정확도가 잡히기 시작했다. 성적도 우선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장타왕도 조심스럽게 노려보겠다”고 밝혔다.

김태훈은 지난해 6월 오른팔 이두근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부상을 입은 그는 시즌 종료 후 3개월 동안 부상 완치를 위해 재활에만 전념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약 3주 전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김태훈은 “평소보다 새 시즌 준비를 늦게 하게 됐지만 아팠던 부위의 통증이 사라져 만족한다. 재활 기간 동안 골프채를 잡지 못해 무뎌진 샷감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훈에게 이번 시즌은 남다르다. 시즌이 끝난 뒤면 약 3년 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 그는 예비신부에게 반드시 우승 트로피라는 큰 선물을 선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다.
 

[허인회. 사진=KPGA 제공]

허인회(30·JDX멀티스포츠)도 정교한 장타로 다승을 꿈꾼다. 2014년 KPGA 코리안투어 평균 드라이브 거리 296.8야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평균 드라이브 거리 299.2야드로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장타왕에 오른 최초의 선수다.

2014년 일본투어 ‘도신 골프 토너먼트’에서 28언더파 260타의 기록으로 일본투어 최저타수 기록을 세우기도 한 허인회는 “장타의 이점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거리만을 고집하다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선수라면 누구나 장타를 원할 수밖에 없다. 장타의 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허인회는 지난해 9월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 후 출전한 세 번째 대회만인 2016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평균 드라이브 거리 314야드로 참가 선수 중 가장 멀리 보낸 데 힘입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허인회는 “올해는 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투어를 병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체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 거리에 비해 부족했던 티샷의 정확성을 정교하게 다듬고 퍼트의 거리감을 맞춰보는 등 감각적인 부분을 살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며 “이번 시즌에는 장타를 통해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다승을 이루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김건하. 사진=KPGA 제공]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 294.7야드로 KPGA 장타상을 차지한 김건하(25)도 장타왕 타이틀 방어를 위해 나선다.

현재 미국에서 전지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허인회는 “드라이브 거리는 남자 선수들의 자존심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장타 경쟁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타의 비법은 스윙 아크를 최대한 크게 하는 것이다. 큰 아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연성 트레이닝에 주력하고 있다”고 장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어 “올 시즌 매 대회 철저한 코스 공략법을 세워 시원한 장타로 프로 데뷔 첫 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봉섭. 사진=KPGA 제공]

2012년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9.1야드로 역대 최고 거리를 기록하며 KPGA 장타왕에 오른 ‘괴력의 장타자’ 김봉섭(34·휴셈)도 장타 제왕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화려한 장타를 앞세워 5년 연속 장타상을 차지했던 김대현(29·캘러웨이)을 밀어내고 새로운 장타왕에 등극한 김봉섭은 당시 허벅지 둘레가 무려 27인치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봉섭은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멀리 보낸다는 것은 타수를 줄이는 데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치는 것보다 헤드 무게로 가볍게 치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비거리가 줄지 않는다. 투어 데뷔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골프에 대해 배우고 있다”며 “근육이 많은 것이 조금 불편함을 느껴 몸무게를 줄였더니 몸도 가볍고 샷도 잘된다. 몸의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 매일 밸런스를 맞추는 운동을 하고 많이 뛰고 있다. 올 시즌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론 ‘장타=우승’이라는 공식은 100% 성립하지 않는다. 거리 못지않게 정확성도 중요하다. 또한 위기관리 능력과 쇼트게임, 정신력을 포함한 다른 부분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장타자가 유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이라도 짧은 거리에서 짧은 클럽으로 그린 공략이 가능하다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