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총회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는 일찌감치 시 주석을 초청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초청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사드갈등으로 반한 감정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이를 잠재울 만한 확실한 카드를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시나리오대로 시 주석이 6월 AIIB 제주총회에 참석 의사를 밝히면 양국의 갈등구도가 어느 정도 해빙기를 거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참석이 우리 정부 의도대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양국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배치가 임박하자 중국의 보복 수위가 높아진 부분도 시 주석 방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중심이 된 각종 경제포럼에서도 의도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는 움직임도 6월 시 주석 방안이 쉽지 않은 이유다.
중국은 이달 말로 예정된 자국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을 돌연 취소했다. 장관급 인사 초청을 취소하면서 사전 통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사드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이 주 장관이 참가하려는 세션 초청을 취소했는데, 해당 세션 패널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션 자체를 취소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오는 5월 개최 예정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포럼에도 초청 대상에 한국이 빠져 있다. 중국은 탄핵정국 변수를 제외 사유로 내밀었다.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행사에서 한국이 제외되자 6월 AIIB 제주총회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한국은 일대일로와 밀접한 AIIB 창립회원국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시 주석의 초청의사와 별도로 정부로서는 이번 제주총회를 통해 행사의 격을 높인다는 명목과 함께 악화된 한중 관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연차총회는 AIIB 창립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라며 “시진핑 주석을 초청해 총회의 격을 높이고 양국 우호를 확인하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AIIB는 지난 1년간 9개 프로젝트에서 모두 17억 달러(약 2조원)를 대출했다. 여기에는 방글라데시 배전시스템 공정에 1억6500만 달러, 인도네시아 판자촌 재건축에 2억1650만 달러, 타지키스탄의 도로보수에 2700만 달러, 파키스탄 고속도로 사업에 1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안으로 설립된 AIIB는 57개 창립회원국, 1000억 달러 자본금으로 지난해 1월 정식 운영을 시작해 아시아 각 지역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회원국 수가 25개국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 의사를 밝힌 국가는 아일랜드, 캐나다, 에티오피아, 수단 등이다. 현재 AIIB 창립 회원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57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