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이번 한중 우호음악회를 통해 양국의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음악이 공통의 언어임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나 외교부 등 정부 관계 부처에서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중 우호음악회의 예술 감독을 맡은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개최된 한중 우호음악회 ‘스프링 빅 콘서트(Spring Big Concert)’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배치 문제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고, 양국의 화합과 문화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박 감독은 “중국 문화원과의 미팅에서 중국 후난성 국립오페라단과의 교류를 요청받고 고민 끝에 후난성까지 직접 갔다. 후난성 성악가들의 실력을 음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공연 기획 당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 오디션을 진행한 후난성 성악가들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좋았다. 다만, 아직 음악적인 수준이 한국보다 뒤처져 있어 그 부분만 보완하면 성공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겠다는 것이 당시 박현준 예술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두 명의 테너와 두 명의 소프라노를 초청했다. 거기에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량 닝과 함께 한국 최고 수준의 성악가 5명을 합류시켜 무대를 만들었다”고 기획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공연 곡들은 다채로운 장르로 꾸며졌다. 전통 오페라 곡뿐 아니라 한국 가곡, 중국 가곡, 팝송 등 한국 관객과 중국 관객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곡들로 배치해 공연의 지루함을 덜었고 흥겨움을 더했다.
박 감독은 “공연 프로그램을 짜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성악가들만 16명 출연하고, 이 많은 성악가가 한 무대에서 다른 언어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구성해야 했다”면서 “그러한 가운데 결단을 내리고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했고, 중국 성악가들이 노래할 것들을 일일이 정해주면서 튀지 않게 하는 한편 한국 성악가들과 조화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공연 중간 한 곡씩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브라보(좋다는 뜻으로 공연 주체가 남자일 때 외치는 말)’ ‘브라바(공연 주체가 여자일 때)’ ‘브라비(공연 주체가 남녀 혼성이거나 단체일 때)’가 연신 터져 나왔다.
박 감독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번 음악회는 걱정을 씻어내듯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펼쳐졌다. 중국 성악가들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노래해 줬고, 한국 성악가들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줬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제 몫을 해내서 모두가 하나로 무대에 녹아든 음악회였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