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MWC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한 국내 IT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전시할 신기술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글로벌 트렌드에 걸맞는 기술, 자신들 만이 보유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기술의 진화에 발맞춰 MWC 전시장의 전시기법도 전화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단말기를 체험하게 하거나 TV를 통해 기술을 설명하는 영상만 제공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모든 전시에 단순한 정보 전달 만이 아닌 리얼리티와 흥미, 재미, 감성전달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담겨있어야 한다.
행사 마지막 날에 찾은 이노베이션시티 내 KT 부스에서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전시담당자들의 숨은 노력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예컨대 평창올림픽 관련 모형 위에 스마트패드를 갖다 대면, 그 속에 적용된 360도 VR과 싱큐뷰, 옵니뷰 등 다양한 기술들에 대한 설명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나타난다. 요즘 인기 있는 포켓몬고 게임에도 적용된 것과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한 전시 담장자는 "이러한 신기술과 경쟁사의 사례들을 사전에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고, 우리 회사의 기술 요소들을 전시장을 방문하는 바이어와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를 매일 매일 고민하게 된다"며 힘든 전시 준비과정을 소개했다.
전시 담당자들은 "효과적인 전시를 위해서는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신기술 트렌드에 대한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MWC 2017'에서 KT 전시를 담당한 남우종 과장은 4년째 KT의 대내외 전시를 담당하고 있다. 횟수로는 30여회의 전시를 진행한 경력의 소유자다. 남 과장은 "밖에서 봤을 때는 전시는 짧은 기간만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들이 놀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남모르게 항상 바쁜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시로 네트워크와 융합기술원의 담당자 미팅을 통해 KT의 기술개발 진도, 새로운 기술 요소들에 대해 파악하고 마케팅 부서와는 각 서비스 오픈 시점과 효과적인 마케팅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수시로 국내외 전시에 대한 트렌드 조사 와 현장 답사를 통해 전체적인 전시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 과장은 "전시장에 가면 경쟁사들과 한 눈에 비교가 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면서도 "본인이 만들어 진행한 전시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그에 따른 만족감 또한 크다"며 보람있는 업무라는 점도 강조했다.
KT 전시 담당자는 지난해 MWC에서 다양한 기술요소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찾아낸 아이템이 바로 스키점프였다고 소개했다. 우연히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비슷한 어트렉션을 보게 돼, KT의 싱크뷰 기술에 대한 설명에 활용하면 최적이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해당 업체와 제작까지 협의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담당자는 KT의 스키점프 어트렉션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공동 부스내 타 기업 담당자들에게도 KT의 스키점프와 같은 다양한 어트랙션을 올해 MWC에 꼭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행사 기간 동안, 해당 전시로 마케팅 성과까지 연결됐을 때 전시 담당자들의 보람은 최대치가 된다.
보통 1회의 전시에 대략 10~20여가지 아이템을 전시하게 되는데, 해당 전시에 어떠한 아이템을 배치하는 것이 최적인지 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KT는 이번 MWC에서 18가지 아이템 전시를 진행했다. 이 중 코오롱과 함께 개발한 IoT 세이프티 자켓의 경우 스페인 현지 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와 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으며, 구체적 마케팅 협력까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헬스밴드와 보안 솔루션도 글로벌 IT기업들의 관심을 받아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전시를 진행하면서 갖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도 큰 보람 중 하나다.
'MWC 2017' KT 전시행사에 참여한 유학생 하동국 씨는 “이런 행사가 있는지 잘 모르고 신청했는데, 합격해서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했다"며 "타지에 와서 힘든 일도 많이 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기업들도 많이 참여하는 것을 보며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다시 느끼게 됐고, 좋은 경험을 쌓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수빈 학생은 "KT부스에서 어트랙션 관리와 관람객 설명을 진행했는데 스페인 국왕이 어트렌셕을 탈 때 옆에서 도와주며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CEO와 관계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바쁘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