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35층 규제는 서울시의 지침일 뿐 국토교통부 법에는 없습니다”(이정돈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위원장)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강남구청 주택과 주관으로 ‘은마아파트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수립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대강당 밖에 설치된 의자에도 주민들이 가득찰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앞서 지난달 9일 시는 설명회를 통해 35층 높이 관리 기준에 예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시가 도시기본계획에 명시한 높이 관리 기준에 따르면 업무상업 기능 집중이 필요한 중심지는 50층 내외에서 주거지역은 35층 이하에서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
시의 발표와 동시에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의 명암이 엇갈렸다. 시는 잠실은 광역중심지에 해당돼 관련 기능을 갖추면 50층 내외로 지을 수 있지만, 은마아파트가 위치한 대치동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35층 규제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잠실5단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기존 주거지역에 50층 4개동을 짓는 안에서 주거지역에는 35층 이하로만 짓고 준주거지역에 50층 4개동을 짓는 안으로 수정해 한발 물러섰다. 수정안은 잠실광역중심기능인 마이스(MICE)산업 연계를 위해 전시·숙박·쇼핑·문화 복합단지를 조성해 중심기능을 갖추기로 했다. 송파구에 따르면 현재 해당 안은 구의 검토를 거쳐 다음주 내 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로 이송돼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
반면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은마아파트는 국제설계 현상공모를 통한 디자인 특화단지 조성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초고층을 주장해왔다.
추진위는 현재 구청에 정비계획안을 제출해 오는 13일까지 주민 공람·공고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계획안은 총 30개동, 지하3층~지상49층, 평균 37층으로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 30개동 가운데 35층을 넘는 동은 16개이며, 35층 이하는 12개동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는 국제 마이스·관광 경제의 중심도시고, 은마아파트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단지”라며 “시는 전체를 35층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을 보고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신 구청장은 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비전 2030 글로벌 강남 종합발전계획’ 발표 자리에서 시의 35층 규제 완화를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일부 주민들은 “시에서 35층 이상은 허가를 안 내준다고 하는데, 49층 설계안으로 통과가 안 됐을 때 대안은 있는가”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추진위 측은 “근거를 갖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며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