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자영업자 대출이 문제되는 이유는 금융사들이 담보만 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펀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영업자를 선별한 뒤 그들에게 신용대출을 해준다. 요식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핵심이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강남에 위치한 펀다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펀다의 박성준 대표는 "매장의 카드결제단말기(POS)에서 결제 데이터가 발생하나 기존 금융권은 이를 지금까지 외면해왔다"며 "매장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분석방법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때 이것이야 말로 펀다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2P업계에서 유일하게 자영업자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펀다는 매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을 내보낸다. 개인 차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이 일반화돼 있으나 개인 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담보' 없이 대출을 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는 "당시 매장 점주들이 매달 3만원의 이용료 지급을 힘들어 했다"며 "오히려 매출 분석 결과, 건실한 사업자의 경우 대출을 해주는 쪽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설립하게 된 동기다.
그는 "자영업자는 수입이 일정치 않고 부가세 등 예상치 못했던 지출이 나가는 때가 많다"면서 "기존 금융권은 매장에 대한 평가 방법이 없어서 담보 없는 자영업자들을 외면했고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펀다는 매장의 매출데이터, 고객 분석, 주변 상권 동향, 동일 업종 트렌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카드사의 데이터, 매장의 POS, 밴사나 포스사 등과의 제휴를 통해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러한 노력의 산출물이 바로 펀다등급이다. 박 대표는 "딥러닝 방식(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며 "기존의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상점주에 특화된 등급이 아니었다. 신평사와 협업을 통해 상점주를 위한 등급을 따로 매겼다"고 설명했다.
펀다의 목표는 매장의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형 카드사와 공동으로 매장과 상권 업종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쇄도 하고 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한 장치로 '세이프플랜 펀드'도 도입했다. 박 대표는 "예측했던 부실률을 상회할 때 펀다의 수익을 포기하면서 투자자의 원금 손실을 막는 게 골자다"며 "상품 묶음의 부실률이 7%에 도달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기 상품도 마련 중이다. 그는 "1년짜리 채권을 3개월마다 팔고 싶은 사람과 사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데 이를 연결시켜 주는 채권 유동화 시장을 준비 중으로 상반기쯤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매장은 개인 채무자와 성격이 달라 지속적인 자금 파트너로 다가가는 게 중요한 만큼 '펀다 멤버스 상점'을 도입했다"며 "펀다등급을 받으면 나오는 최대 한도 내에서 정해진 기간에 차주가 카톡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바로 펀딩을 시작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P2P회사들이 풀어야 할 공통 숙제로 "차주에 대한 평가 방법이 올바른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대출을 실행한 뒤 대출금을 회수하는 충분한 사이클이 돌아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도율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각 P2P가 내세우는 평가 방식을 자체적으로 실험하는 기간이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P2P가 분석방법의 혁신을 이뤄낸다면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