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사내방송’ 28년 만에 중단···그룹 소통창구 다 닫는다

2017-03-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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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그룹’ 지우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삼성이 사내 방송도 중단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사내방송인 SBC는 이날 오전 방송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중단했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룹 사내방송 역시 문을 닫는다”며 "각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방송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9년 도입된 SBC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 8시부터 10∼15분간 전국 사업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파를 탔다.

SBC는 그동안 삼성 계열사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삼성맨’의 소속감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특정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사업 내용 혹은 공지사항을 다른 계열사 직원들도 알 수 있도록 하면서 그룹 내 소통을 강화해왔다는 평가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요시카와 료조 일본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SBC가 삼성그룹의 빠른 의사결정과 경영 속도를 뒷받침하는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전용 방송국은 매일 아침 30분 동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각과 그룹 기업의 동향 소식을 전했다”면서 “삼성그룹 전 사원은 업무 시작 전에 방송을 보기 때문에, 말단직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그룹의 정책이나 계열사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BC의 또 다른 임무는 이건희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 사장단 회의를 녹화하는 일이었다. 녹화본은 출장이나 업무차 회의를 참석하지 못한 계열사 사장들에게 전달됐다. 회의 결과를 정리한 녹취록으로는 회의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녹화 방송을 보면서 회장과 사장들의 어투와 표정 손짓 등 바디 랭귀지로 그날 회의에서 벌어진 상황을 그대로 익히라는 것이다.

사내방송이지만 계열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을 여과없이 방송한 일도 수 차례였다. 1993년, 삼성전자 불량 세탁기 제조현장을 고발한 일화는 유명하다.

방송팀이 찍은 30분짜리 비디오테이프에는 세탁기 생산라인 직원들이 세탁기 뚜껑이 잘 닫히지 않자 접촉면 일부를 칼로 깎아낸 뒤 본체에 붙이는 장면이 담겼고, 이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6∼7월에는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2부를 통해 삼성이 구글 등에 비해 소프트웨어 역량에 크게 뒤처진다는 내용을 내보낸 바 있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공유하고 조직 변화를 주문하기 위한 취지였다.

한편, 삼성은 그룹 명의로 유지되던 홈페이지와 블로그 역시 폐쇄할 예정이며, 앞서 구독자에게 그룹 소식과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왔던 ‘삼성뉴스레터’ 서비스를 이날 종료했다.

또한 삼성 서초사옥에 마련됐던 기자실 역시 3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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