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법률가인가 선동가인가...특검 연장 필요성 높아져

2017-02-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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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대통령 대리인단 언행 도마에 올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22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태는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법치(法治)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것도 법률가가 법치를 부정하려는 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시가전’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등의 독설은 헌재 재판관을 향한 것이 아니라 촛불민심을 향한 분노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절차의 정당성을 짚어보자. 탄핵심판의 대리인단은 일반 재판에서는 변호인단에 비유할 수 있는 데 어느 재판정에서 재판부를 향해 정치적인 공세를 퍼붓는 경우가 있었던가? 그 절차는 정당한가.
독재정권 시절에도 일부 정치 지향적인 재판부를 향한 민주화세력들의 피맺힌 절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87년 체제에 의해 최소한의 독재시대가 아닌 때에 재판부가 이처럼 매도당한 적이 있었는지 그 예를 찾기 힘들 것 같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관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신성한 법원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은 탄핵심판의 본질을 흩뜨려 이번 탄핵심판을 철저하게 진영논리로 몰고 가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결국 헌재의 판결에 대한 불복을 위한 수순(手順) 밟기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인식을 대리인단도 모를 리 없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아는 법률가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사유 자체에 대한 변론보다는 탄핵 사유 외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헌법 및 법률심판을 정치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의도는 대리인단 변호사의 법정에서의 태극기 퍼포먼스에 이어 태극기 집회 출석 등으로도 표출됐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측면에서는 쉽게 이해가 간다.

새삼스럽게 법정에서 판사의 권위는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빌려 오지 않더라도, 판사의 결정에 승복하지 못하면 상급심으로 가져가 다시 다툼을 벌여야 한다. 그것도 법안에서.

탄핵 심판정에서 대리인단이 헌법재판관의 권위를 추락시키려는 의도는 국정농단으로 나라의 권위를 무너뜨린 ‘그들’의 논리를 변호(?)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마지막 길인가 싶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기각시킨 미국의 하급심 판사의 결정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민주주의의 결정판처럼 보인 그 결정을 주목하는 이유는 하급심의 결정에 대해 백악관은 상급심으로 가져갔다. 법치를 보여준 것이다.

많은 영화에서 재연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대목은 판사가 법원을 모독하는 방청객이나 변호사 등을 즉결 처분내리는 장면이다. 과연 그런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가. 법원모욕죄가 엄연히 우리 법률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재는 대통령 대리인단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의 최종 판단처인 헌재를 농락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법 위에 군림해온 잘못된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함에도 대통령의 특권을 내세워 절차적 정당성 문제 삼으면서 재판부를 모욕하는 것은 이번 탄핵 심판의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이 같은 행태는 향후 다른 법정에서도 재연됨으로써 법원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법원의 결정에 누구나 승복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치(法治)를 실종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나눠 다퉈오던 정치권이 헌재의 권위를 인정하고 승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법률가들이 누워서 침을 뱉고 있다.

이쯤 되면 법률가인지 선동가인지 알지 못한다. 사석에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 신성한 법정에서의 말은 달라야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고, 법치의 시작이다.

때가 잔뜩 낀 안경을 쓴 사람은 아무리 제대로 된 사물이라도 흐려 보일 것이다. 사물의 잘못된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경을 닦아야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탄핵심판은 역사 앞에 겸허해지고 숙연해져서 후세들에게 부끄러움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불복을 전제로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야말로 정말 이제는 버려야 할 반민주의 상징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한다’로 바뀌어야 하다. 정치권의 합의 불발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공이 넘어간 특검연장은 해야 할 일에 속한다.

최진석 건명원장의 논리를 빌자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화의 틀을 깨부수고 선진화의 틀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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