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 주도…한국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

2017-0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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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상선 제공]

아주차이나 김봉철 기자 =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의 재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0여년 만에 휘몰아친 불황 탓에 해운업 전체가 출렁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10위권 내 대형 선사들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잇따르면서 초대형 선사와 중소·중견 선사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일부 항로에선 상위 6대 선사의 공급 점유율이 93%까지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의 개념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해운업의 특성상 얼라이언스 퇴출은 곧 시장에서의 퇴출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해운사들은 얼라이언스라는 계약 관계를 통해 선복량과 영업망 등을 서로 공유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

◆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SCL 합병…대만도 M&A 움직임

현재 △2M(머스크라인, MSC) △O3(CMA-CGM, CSCL, UASC) △CKYHE(한진해운, 코스코, 케이라인, 양밍, 에버그린) △G6(현대상선, APL, MOL, 하파그로이드, NYK, OOCL)의 4대 얼라이언스 체제는 오는 4월부터 △2M+H(머스크, MSC, 현대상선) △디얼라이언스(NYK, MOL, 케이라인, 양밍, 하파그로이드) △오션(CMA-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 얼라이언스로 재편된다.

한국이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주춤한 사이에 주도권은 중화권 선사들에게로 넘어갔다.
지난해 중국 최대 해운회사 코스코(COSCO)과 2위 차이나쉬핑그룹(CSCL)이 합병했다. 코스코와 차이나쉬핑그룹은 각각 세계 6, 7위의 중국 양대 국영해운사다.

양사는 합병으로 세계 1~3위 머스크라인(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국제적인 해운사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합병 배경에 대해 “그동안 서로 격렬한 경쟁을 반복하면서 소모전을 펼친 것이 합병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해운업에 대한 중국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스코는 경영실적 악화로 M&A 시장에 나온 세계 9위의 홍콩선사 OOCL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가 완료되면, 코스코는 세계 3위인 프랑스의 CMA-CGM를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된다.


각각 세계 5위와 8위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과 양밍의 M&A설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양사가 통합되면, 156만TEU의 선복량을 보유한 세계 5위 선사로 거듭난다.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선사들의 M&A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다고 발표했다.

함부르크수드의 매각가는 4조6800억원 안팍으로 머스크라인에서 실사를 마친 뒤 이달 중으로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6위인 하파그로이드는 범아랍선사인 세계 10위 UASC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014년 칠레 CSAV에 이어 UASC까지 인수하면서 총 230여척의 선박을 대형 선사로 탈바꿈했다.

◆ 한진해운의 몰락…현대상선 홀로 ‘악전분투’

글로벌 선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 속에 한국은 오히려 세계 7위이자, 국내 1위의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을 잃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지난 17일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1977년 국내 첫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출발한 한진해운은 40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법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 한진해운 자산 매각을 진행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 청산이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낫다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한진해운에 파산선고를 내렸다. 한진해운은 상장 폐지 안내와 정리매매 수순을 밟고 다음 달 7일에는 상장 폐지된다.

프랑스 해운 전문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국의 컨테이너 수송력은 102만2187TEU(지난해 5월 기준)에서 46만7290TEU로 추락했다.

당분간 글로벌 선사들의 M&A 러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센터장은 “2015년 이후 M&A가 확산되며 상위 5대 선사 공급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이어 “코스코-OOCL, 에버그린-양밍의 통합이 현실화되면, 7대 선사의 공급 점유율은 71%까지 치솟게 된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업 경쟁력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최대 20척에 달하는 선박의 신조를 지원하고 국적 터미널 운영사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향후 5년간 2000억원이상의 손익이 개선되고 5000억원이 넘는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해 3월 중 영업을 개시하는 SM상선도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상선도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 현대상선과 근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결성해 다음 달 출범하는 ‘미니 동맹’인 ‘HMM+K2’ 컨소시엄은 국내 대부분의 선사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16일 한진해운 터미널 운영 자회사인 한진퍼시픽(HPC) 지분 100%를 15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시장점유율과 처리 물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신용평가에서 ‘BB등급’(안정적)으로 상향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한 만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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