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나이 든 사람들은 층수 보다는 속도다. 빨리 재건축 되는 게 좋다” (한양1차아파트 주민 A씨)
“찬성 의견을 50%가 될 때까지 받겠다면 반대 의견은 안 듣겠다는 것 아니냐” (현대아파트 주민 B씨)
강남구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일까지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2·3·4를 대상으로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지원을 위한 주민의견을 청취했다. 하지만 한 구역도 찬성률 50%를 넘지 못해 추진위 구성이 무산됐다. 이에 구는 공식적인 주민투표 기간이 끝났지만 50% 이상의 찬성 동의를 받으면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구역별로 살펴보면 △2구역 신현대아파트 41.76% △3구역 구현대·신사현대아파트 43.59% △4구역 현대8차·한양3·4·6차아파트 45.26%의 찬성률을 보였다. 한양1·2차아파트만 50%를 넘겨 추진위 구성 조건을 갖췄다.
이렇게 추진위 구성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서울시가 지난주 35층 제한을 확고히 하면서 규제를 완화하기 전까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의견과 층수 보단 빨리 재건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1차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난 이 아파트 주민 김모씨(82)는 “나는 나이가 많아서 빨리 재건축이 되는 게 좋다”며 “단지 내에서 의견을 리드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 의견을 따랐다”고 말했다.
현대아파트는 가장 첨예하게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우선 현대아파트 올바른 재건축추진위원회 측은 조직이 구성돼야 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광언 위원장은 “현대아파트는 지금도 물이 새는 집이 있을 정도로 노후가 심하다”며 “지난해 시·구에 제출한 주민 종합의견서를 바탕으로 시와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중근 부위원장도 “현재까지 동의서를 48% 정도 받았다”며 “앞으로 전문가를 통한 용역 발주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해 10월 이 일대를 지구단위계획으로 추진하는 내용의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토지이용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35층 규제가 완화되기 전엔 추진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신영세 구현대아파트 주민소통협의회 기획위원은 “주민들은 50층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확고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있는 한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추진위를 만들면 규제 완화에 대한 성과도 못 보고, 사무실 운영비 등 돈만 낭비해 소유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60)는 “이곳에 층수를 풀어주면 형평성 때문에 은마와 반포 등 다른 아파트도 다 풀어해줘야 하기 때문에 박 시장은 층수를 완화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진위 구성에 반대하는 정제택 현대아파트 새로운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회장은 “45%는 이미 찬성할 사람은 다 찬성했다는 뜻”이라며 “기한을 연장해 찬성 의견을 듣는 건 찬성하라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