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정보당국이 정보 유출을 우려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오히려 정보당국이 기밀을 유출하고 있다면서 비난하는 가운데 백악관과 정보당국 사이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현직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하여 정보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감 정보를 알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린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감 정보에는 미국 정보당국이 외국 정부에 심어놓은 스파이 정보 등 정보 수집에 이용하는 자원이나 방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과거에도 정보기관들은 정보원 보호를 위해 비밀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나 국회에 정보 거래 방법을 속속들이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원인이 대통령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소식통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안보 위험이나 잠재적 위협 등에 대한 정보를 감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보기관들이 대통령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백악관과 정보당국 간 불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대통령 취임 전에도 트럼프와 정보당국 간 사이는 썩 좋지 않았다.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냈지만 트럼프는 줄곧 부인하면서 오히려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4일 CNN과 뉴욕타임즈(NYT) 등이 전현직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하여 작년 대선 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의 선거 캠프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와 수시로 접촉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는 기밀 정보가 정보당국에 의해 새어나갔다면서 정보기관을 겨냥해 비난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진짜 스캔들은 기밀 정보가 정보당국에 의해 불법적으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무척 미국스럽지 않다!”고 적었다.
현재 트럼프의 전현직 고문들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사받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측근과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계속 불거져 나오면서 내각 인사 중 추가로 낙마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에는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는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당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사임했고, 이번 주에는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