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피살]김정일의 서(庶)장자 김정남의 말로는 비참했다...살해 배경두고 갖가지 추측

2017-02-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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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백투혈통'의 말로(末路)는 비참했다. 이복형제이긴 했지만 자신의 동생 손에 의해 타국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현재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5년전부터 김정남 암살을 시도해왔고,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혀 북한 소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살해 배경을 두고도 이복동생 김정은이 백두혈통의 장자로서 향후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인 김정남이라는 싹을 미리 잘랐다는 분석과 함께 김정남 망명 프로젝트 등 갖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시절 김정일과 함께한 김정남(우측). [사진=연합]

만약 이번 김정남 암살이 북한에 의한 것이라면 김정은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김정은이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을 원천 제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김정은 입장에서는 그의 통제 밖에서 이런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김정남은 동남아 등 해외를 전전하며 사실상 떠돌이 생활을 해왔지만 끊임없는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고, 특히 김정은의 공식 집권 전후로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공격 목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남은 2010년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발언하는 등 김정은의 심기를 계속 건드렸다.

김정남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되면서 가뜩이나 입지가 좁던 김정남은 더욱 궁지에 몰리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을 전전했다.

이런 정황을 미뤄볼 때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남을 제거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남 피살은 100% 김정은의 지시"라며 "김정남 피살은 최근 북한 내 '모종의 사태'와 관련 있을 수 있다. 사태를 움직이는 데 김정남이 주도했거나 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무리할 일이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움직임 있었다든지, 아니면 김정남이 내부 정치에 관여하려는 모종의 시도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김정남 가족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아파트. [사진=연합]

이와함께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화하기 위해 미래 잠재적 '불안의 씨앗'의 제거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김정남 망명 관련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실제 2012년 우리 정부가 김정남 망명 공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자 북한의 김정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사실상 끊겼다. 김정남이 호텔 숙박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김정남의 지인으로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한인이 "(김정남에게) 불안해하며 살지 말고 남한으로 가라, 한국 정부에서 보호해줄 것이라고 했지만 (그가) 씩 웃기만 하고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것으로 알려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인근의 푸트라자야 병원 영안실 앞. 검은 색 승용차는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관계자의 차량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


일본 지지통신은 "(김정남이) 최근에도 '일종의 망명정권 간부로 취임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관측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종종 그에 대한 암살미수 정보가 퍼졌었다"며 망명정부설도 제기했다.

북한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한 고위급 탈북민은 김정남이 북한으로의 소환명령에 불응해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남의 처지는 '국제낭인'에 불과했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서 급변사태 발생시 백두혈통의 장자로서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때문에 그동안 국내외 안팎에 중국이 김정남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적극적 보호도 지난 3월 중단돼 김정남의 비운의 최후는 예견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대북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의 보호요청으로 밀착 경호를 제공했던 중국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경호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경호가 약화됐다.
 

김정남 아들 김한솔. [사진=연합]

이때부터 김정남은 스스로 신변보호를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와 관련, 국내 또 다른 정보 관계자도 “북·중 관계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계기로 밀월 관계로 바뀌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당국의 ‘김정남 보호 중지’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김정남의 아들로 프랑스 유학 후 행방이 묘연한 김한솔의 신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맏손자이기도 한 김한솔은 김일성-김정일-김정남을 잇는 김씨 일가의 사실상 '장손'이자 '적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잠재적 위협이라고 느낄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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