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획-새시대 뉴리더 조건]<下> 전문가 제언 '경제대통령'의 조건

2017-0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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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아주경제 김혜란·이정주 기자 =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동시에 경제 불황을 돌파해야 하는 중대 과제를 떠안게 된다. 장기화된 경제 위기 속에 '경제 대통령'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감당할 수 있어야 차기 대통령감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제 리더십'이 차기 대통령의 주요 덕목 중 하나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8일 아주경제의 '전문가 제언'에는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실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 '경제 대통령'이 한국 경제 위기 구할까

'경제 대통령 대망론'은 역대 선거에서 꾸준히 등장한 화두다. 2007년 대선에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살리기' 프레임이 성공을 거뒀고 2012년 대선 때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당선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 심리가 강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경제 불황이 가중되면서 대통령을 잘 뽑는다고 경제 상황이 나아질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기 대통령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겸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선 주자 중 경제 전문가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손꼽힌다. 유 의원은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이력을 지닌 '경제통'이고 정 이사장 역시 '경제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전문성이 곧 적합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 정신을 경제 정책에서 구현해 낼 것이란 신뢰가 있는 대선 주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김 교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기업인 출신이지만 기업인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뛰기 때문에 경제를 보는 관점이 (경제 학자 출신) 정 이사장, 유 의원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정의냐, 정의가 아니냐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문 전 대표가 현재까진 (경제 지도자상에) 근접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반면, 최 교수는 "(대선 주자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으로 볼 때 (현재의 경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2017 뉴딜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일자리 대통령'?…4차 혁명 틀 속 종합 대책 나와야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이 내세우는 '일자리 대통령' 이미지도 허상(虛像)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은 대통령 개인의 공약으로 불가능하다"며 "기업이 필요하면 일자리 늘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자리는 결국 시장에서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공공인력 확충 정책은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면서 "필수적 영역에서는 (인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80만명 등 대규모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등 개별적인 정책 보다는 산업 구조 개편과 중장기적인 일자리 대책, 소득 불균형 해소, 교육 개혁이 맞물린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이 중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특히 4차 혁명은 교육 개혁 없이는 구호에 머무를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학제 개편안도 평가할 만하지만, 현재의 교육 방식과 내용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 차기 대통령에게 바란다…'경제 대통령의 조건'

그럼에도 대통령의 경제 인식과 비전은 대한민국 경제호의 방향키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인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착륙 우려, 대기업 역성장은 발등의 불로 차기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기도 한다.

최 교수는 "향후 1년 사이 경제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정권이 바뀌어도 1년 안에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경착륙을 막지 못하면 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적폐 청산 등 개혁 동력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벌 개혁을 단행할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 교수는 "재벌 개혁은 시대적 화두"라면서 "재벌 2, 3, 4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신규 사업 돌파, 일자리 창출 등의 '재벌 경제'의 장점은 사라지고 정경유착, 소득과 부, 기회의 양극화 등이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순환출자 등 복잡한 소유 구조의 형태로는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실장은 "일부 기업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며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무조건 '재벌 때려잡자'는 식으로 공약을 발표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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