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서로 고민 나누는 사람들 늘어나면 더 좋은 사회 될 것"

2017-02-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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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호이 기자=안정적인 직장 대기업을 그만두고 취업과 결혼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로 일컬어지는 현대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 '아주경제'는 장재열 대표를 만났다.

Q.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소개부탁드립니다.
A. 우리 상담소는 올해로 5년차가 된 비영리 NGO 단체입니다. 30대로 구성된 9명의 청년들이 재능기부로 10-30대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입니다. 비영리라서 온 오프라인으로 무료로 고민상담을 해요. 그래서 다 직업들이 따로 있고 디자이너, 작곡가, 출판사 직원, 무역회사 직원 등 다 직업들이 따로 있습니다. 자기 일과시간 외에 하나의 봉사활동 개념으로 하는 상담소에요

[사진= 장재열 대표 제공]


Q. 그러면 대표님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A. 제 개인적으로는 두 권의 책을 낸 에세이 작가이자 지금은 고민상담 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하는 고민상담 전문 방송인입니다.

Q. 수익창출도 상담소가 아닌 책과 방송으로 하는 건가요?
A. 거의 그런 편이고 저희 상담소의 제일 큰 원칙이 청년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원칙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왜냐면 심리상담이나 여러 가지 상담들을 보면 비싸요. 근데 사실 10대 20대들이 그 만한 돈을 내기 부담스러운데 제일 고민이 많고 제일 조언이 필요한 게 10대, 20대에요. 그래서 그게 나름 모순이라 생각한 거고 실제로 나도 우을증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아왔던 사람으로서 한번 갈 때마다 그렇게 돈을 내기 힘들었던 거에요. 사실은 그런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 정말 학자금 대출 받아서 학교 마치면 하루에 8시간 9시간 아르바이트해서 3시간 자고 또 학교 가는 이런 친구들은 누구와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 때문에 비영리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Q.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A. 사실은 너무 많아요. 지금 딱 기억에 남는 건 3년 동안 1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첫 번째 해에 왔을 때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다음 해에 왔는데 취업이 된 거에요.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왜 왔니?' 그랬더니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취준생일 때는 회사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녀보니까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거에요. 힘든 건 괜찮은데 너무 달라요. 자기가 꿈꿨던 것과 너무 달라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퇴사하고 싶다는 거죠. 근데 제가 뭔 얘기를 했냐면 '사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세상에 나가서 내걸 하겠다는 출사표가 있고 그냥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부장님께 던지는 사표가 있다. 넌 어느 쪽이야?'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아직 사표 같데요. 그런 얘기를 하고 이 친구가 다음 해에 다시 찾아왔어요. '뭘 했어?' 그랬더니 자기가 작년에 그 얘길 듣고 자기 적성을 다시 찾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날 그 친구가 다른 고민을 가지고 온 친구들을 대상으로 조언자 역할을 해주고 일본으로 떠났어요.

Q. 좀 놀아본 언니들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10대.20대,30대들의 고민 상담만 하는 것인가요?
Q. 좀 놀아본 언니들이라는 이름은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저는 원래 상담이라는 것에 관심 없었거든요. 서울대 나와서 제일모직 다니다가 계속 패션하다가 우울증 걸려서 퇴사를 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치료를 해 주신 선생님이 '너 너무 상처가 깊어서 상대방의 말을 못 받아들일 것 같다'는 거에요. 그래서 심리치료가 너무 힘들었어요. 선생님이 '집에 가서 자문자답을 해서 네가 네 문제를 쓰고 남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객관으로 봐라' 그런 연습을 시키셔서 그러면서 인터넷 블로그를 계속하고 심리상담 선생님이 제 블로그를 일주일에 한번 두 번 보시기 시작한 거에요. 그 블로그를 하다가 사람들이 우연히 한명 두 명 제 블로그를 보기 시작한 거에요. 근데 자문자답이 고민상담처럼 보여지기 시작한 거에요. 왜냐하면 질문이랑 답변이 있으니까. 

[사진= 장재열 대표 제공]




Q. 제일모직이라는 대기업에서 나와 상담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나요?
A. 내가 다른 사람한테 다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엄마 아빠한테 못하겠는 거에요. 왜냐면 엄마 아빠가 나를 서울대 보내고 삼성 보낼 때까지 엄청 많은 뒷바라지를 했는데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그래서 엄마한테 맨 마지막으로 엉엉 울면서 전화해서 '내가 우울증 걸려서 회사 그만둬야 되는데 엄마 아빠가 실망할까봐 사표를 못 내고 있다'고 했는데 엄마가 뭐라고 했냐면 “엄마 아빠가 실망할까봐 라는 것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겉보기에 좋은 것이라는 본래에 갇혀서 매일매일 울고 불행하게 살면 그게 사실 더 실망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퇴사를 축하해주고 싶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말이 큰 힘이 되었어요. 그 이후로는 퇴사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조바심 내거나 하지 않고 '아 그래 어떤 표면에 갇혀서 안에서 곪아 썩어 들어가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내 알맹이를 건강하게 만들어나가는 삶이 더 의미있구나'라는 걸 엄마 아빠의 말씀을 듣고 깨달았었요.

Q. 많은 학생들이 꿈도 없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를 가기 위해 꿈도 없이 공부만 하는데 서울대를 나온 대표님은 이러한 학생들을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나요?
A. 저는 서울대 가는 거 절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서울대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판타지는 버리는 게 좋다는 거에요.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하는 건 필요하고 최선을 다해서 명문대 가는 건 좋지만 그게 인생에 모든 걸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나는 좋은 대학가는 거 중요하다 다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가고자 하는 과가 정말 어떤 건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심을 죽이고 일을 맡긴 고객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하는 게 최고의 능력이에요. 그러니까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애들이 디자인과 가면 더 힘든거에요. 나를 숙이고 낮추는 게 디자인에서는 Best니까. 그런 것들을 모른다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학교 공부만큼 제공됐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우리 사회는 청년들을 위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청년들이 해야 될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더 많이 끄집어내는 것 그리고 같은 또래들끼리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고민들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우리의 노력 때문인가? 사회의 문제 때문인가? 이런 것들을 같이 고민해보는 것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수많은 학생들 그리고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조금 더 많은 친구들이 자기 주변에 좀 놀아본 언니들이 있는지 찾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내 고민이 해결되고 나면 나보다 조금 어린 동생들,나보다 조금 더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좀 놀아본 언니가 되주면 우리가 40대~50대가 될 시대쯤에 이렇게 서로 고민을 듣고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분명히 지금보다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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