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림의 머니테크] 미 금리 동결에도 인상은 진행형

2017-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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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림 리치빌재무컨설팅 대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었다. 기준금리는 현행 0.5∼0.75%로 유지됐다.

연준은 "미국에서 일자리가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이 최근 몇 분기 동안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목표인 2%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고용의 극대화와 2% 물가상승 달성을 금리결정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미국에서 시중금리가 올랐지만, 본격적인 금리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던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 성장률은 1.9%로, 전 분기의 3.5%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다. 미국은 지나해 말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한 달 만인 이번에 또 올려야 할 정도로 경기가 개선되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서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기준금리 인상 확률도 바닥을 기었다.

반면,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릴 때 "물가가 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완곡한 말 대신 "미국의 경제활동이 계속 완만하게 확장되고 있어 물가가 중기적으로 2%까지 오를 것"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통화정책 성명에 담은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 번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성명에서 연준은 추가 금리인상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어떤 문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통화정책을 연결해 해석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없었다.

이는 트럼프 취임으로 인해 현실화된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록에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10번 사용됐다.

트럼프 취임 후 처음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도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이 FOMC 위원들 사이에 오갔을 것이라는 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지난달 18일 샌프란시스코 커먼웰스클럽 연설에서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타당하다"고 밝히며, 3년 뒤 기준금리로 3%에 근접한 값을 제시했다.

하지만 같은달 20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금리의 추가 인상 시점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들 때문에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다음 FOMC 정례회의는 오는 3월 14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CME그룹에서 제시하는 3월 금리인상 확률은 이번 금리동결 결정 직전까지 29.5%였지만 금리 발표 이후 13.3%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도 하반기 1~2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이번 금리동결은 앞에서 언급한 트럼프의 정책 방향과 속도에 따른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시장의 동향을 지켜보자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 시장은 벌써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금리인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물론 올해 금리를 몇 차례 올리느냐에 대한 전망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인상 시기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트럼프는 일자리 증대를 위한 미국 내 생산공장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생산원가의 상승을 가져와 미국 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발생할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명분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강달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환율 정책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고, 금리인상은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금리 상승에 맞는 투자방향 설정이 중요할 것이다. 단기적인 시장의 변화에 집중하고 의사결정을 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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