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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진=각사]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4일간의 설 연휴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조직의 수장으로서 차별화된 경영안을 구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영진 인사가 첫 시험대다. 대재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직을 얼마나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용병 내정자는 신한사태로 아직 남아 있는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이 행장은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각각의 과제를 안고 있다.
조용병 내정자는 '조직 안정'과 '세대교체'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자회사 CEO 인사는 앞으로 조 내정자와 손발을 맞춰나갈 사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그의 의사가 크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조 내정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의 폭이 달라지게 된다.
자회사 가운데 신한은행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의 CEO 임기가 오는 3월 끝난다. 여기에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거취에 따라 자회사 경영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 가늠자는 신한은행장이다. 누구를 선임하느냐에 따라 세대교체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종 면접에서 양보한 위성호 사장과 하마평에 오르는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행장에 오르면 물 흐르듯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조 내정자가 전면적인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고 더 어린 세대를 발탁할 경우 큰 변화는 불가피하다.
위 사장과 김 부사장은 모두 1958년생이다. 차기 회장 압축후보군에서 사퇴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역시 같은 나이다. 신한은행장의 경우, 지주 내 서열이 회장 다음이기 때문에 이들보다 어린 인사가 행장으로 선임되면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광구 행장 역시 민영화 이후 첫 인사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과 협의해 자유롭게 인사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다만 행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우리은행 자회사 중에서는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의 임기 3월에 끝난다. 그 가운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우리카드 사장 자리다. 이광구 행장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른 자회사 CEO들의 경우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전면 쇄신도 예상된다.
앞서 이광구 행장은 "다른 은행보다 자회사의 효율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그룹장 제도 2년차를 맞기 때문에 은행에 대한 부분은 그룹장에게 맡기고 자회사 효율성에 깊이 관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 그룹장을 포함해 부행장 11명 중 10명의 임기가 오는 3월 말 만료된다. 따라서 은행을 비롯해 그룹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인력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 이후 첫 인사이기 때문에 CEO들의 향후 방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면서 "상황에 따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