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탁상공론에 그친 정부의 중국 전략

2017-01-30 12:55
  • 글자크기 설정

[경제부 배군득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최근 중국 정부의 투자전략이 상당히 공격적이다. 그런데 모두 자국 중심의 투자계획이다. 중국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 국내 기업에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현실과 괴리가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 전략을 잘 못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중국시장 진출전략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현직에 있는 고위 관계자조차 정부의 중국 전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씁쓸한 풍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중국 전략은 2014년 이후로 진전된 것이 없다. 그 해 중국 내수시장 전략을 내놓으며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 6대 서비스 산업 육성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중국 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 이라고 강조하며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중국 전략의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의 빠른 성장속도와 산업 개혁에 주요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고, 서비스산업 성장이 제 속도를 못내자 정부 정책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 사이 중국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다졌다. 중국이 지난해 6%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 것도 내수시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우리는 3년 연속 2%대 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붕괴되며 손 쓸 틈도 없이 무너진 셈이다.

중국 시장은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현 정부가 탄핵정국과 맞물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지만, 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이 지속적이고 과감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얼마전 중국 베이징에서 올해 3조원 규모의 환경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연히 국내 환경관련 기업이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문턱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커질만큼 커진 중국시장을 공략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한반도 사드배치로 인해 최근 경제보복의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대상으로 큰 소리 한번 못내는 소극적인 정부가 최근 2년간 중국 전략 수립을 주저한 부분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의 중국전략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중국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이 1차 원인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향후 글로벌 사회에서 수출 전선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 국면이다.

중국 내수시장은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중국시장을 포기하면 기업은 까다로운 중국의 규제를 견딜 수 없다. 가뜩이나 조선·IT 등 제조업 전선에서 부침을 당하는 마당에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은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

정부를 비롯한 공무원 조직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탁상공론이야 말로 ‘성과’를 위한 정책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중국 전략은 ‘탁상공론’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중국의 비공식적인 경제보복에도 당황하는 것이 현 정부의 모습이다. 중국 당국의 지능적 보복에 대한 공식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이런 부분은 사전에 대응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엄청난 경제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미 ‘세계의 공장’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버릴 정도로 내·외적인 성장을 이뤘다. 무조건 중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식의 정책은 힘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어느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보다, 중국 당국과 규제완화 부분이나 공동 연구 등을 정부에서 유도해야 한다.

중국시장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부나 기업이 바라보는 중국의 눈높이를 다시한번 점검하는 등 새 틀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