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김충범 기자 = 신탁업계가 부동산 시행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작년 신규수주 총액이 사상처음 1조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신탁사가 시행사로 나설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신탁업계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11개 신탁사의 작년 신규수주 총액은 1조865억원으로 최종집계됐다. 전년보다 26.3% 증가한 수치로 신탁사 수주총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업계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올해도 성장률 목표치를 2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1758억원의 신규 수주를 올린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목표액을 2110억원(25%) 수준으로 늘려 잡았다. 작년 1220억원의 수주를 기록한 대한토지신탁도 올해는 1700억원(28%) 규모의 수주를 목표하고 있다. 작년 신탁사 중 매출수주를 가장 많이 올린 한국자산신탁(2270억원)도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만 770억원 규모의 신규수주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몇 년간 신탁사들의 수주실적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전통적인 사업 모형인 관리형 신탁 중심에서 신탁 보수가 큰 차입형 토지 신탁 수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부동산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작년 3월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신탁사가 단독 시행사로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한자신과 KB부동산신탁 등은 서울 여의도와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지난 7일 총회를 열고 KB부동산신탁을 사업 시행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고,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지난 12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예비 신탁업체로 선정했다. 여의도 수정아파트와 대교아파트 등도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신탁은 대전 용운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사업대행자로 선정됐다. 사업규모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신탁수수료는 사업규모 대비 4% 수준인 160억원이다. 현재 조합원 이주가 70% 가까이 이뤄진 상황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인식이 가능할 전망이다.
때문에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 경쟁을 대비해 주요 신탁사들은 조직을 정비하고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기존 1팀이던 도시재생팀을 2개 팀으로 늘리고 인원도 4명에서 8명으로 충원했다. 하나자산신탁도 기존 사업개발팀을 도시정비사업팀으로 변경했으며, 국제자산신탁은 올해 도시정비팀을 신설하고 경력직 3명을 새로 뽑았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아직 신탁방식 재건축이 구체화된 곳이 적고, 실적도 미미한 만큼 다수의 신탁사가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면서도 "조합비리 차단과 시간, 자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인해 신탁방식을 검토하는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은 부동산신탁의 적극적인 사업확장 방편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