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정황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올 가을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언론 러시아투데이(RT)는 14일(현지시간)자 보도를 통해 "독일 언론인 슈피겔이 '유럽연합(EU) 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며 "러시아가 지난 몇 년간 EU와 미국의 '긴밀한 동맹'을 훼손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5월에는 러시아가 독일 의회를 상대로 해킹을 시도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발각되기 약 6개월 전부터 해커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점진적으로 배포하면서 의회 내 네트워크 암호를 입수, 네트워크에 침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출된 정보들은 독일 정부나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미디어를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중순 베를린에서 러시아계 소녀가 실종되면서 독일 정부가 홍역을 치른 가운데 러시아가 여론을 조작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당시 실종된 지 약 30시간 후에 모습을 드러낸 소녀는 이민계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으나 사실상 학교 문제로 인한 단순 가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곧 사실이 밝혀졌지만 허위 사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포용적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던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공격을 면치 못했다.
독일 정보기관인 독일 연방 헌법 옹호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독일에 대한 러시아의 허위 정보 활용 캠페인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제재 등 유럽의 강력한 대(對) 정책을 메르켈 총리가 사실상 주도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독일 사회를 동요시켜 정부를 약화하겠다는 목적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내에서는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가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도 이미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인 독일외교평의회의 러시아 전문가 스테판 마이스터는 "러시아의 독일 정치 개입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