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조사하는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3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국회 국조특위는 조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특별검사팀이 고발을 요청한 데 따라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고발을 의결했다.
조 장관의 특검 수사와 별개로 그의 청문회 증언 중 뚜렷하게 기억되는 것이 있다. 지난달 1일 청문회 때 조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순실씨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특검이 이 부분도 조사 할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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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 장관이 11개월 동안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면서 대통령을 독대한 적이 없다는 말을 기억에서 되살려낸 이유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 때문이었다.
최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재임한 2년5개월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한 번도 독대를 하지 않았다며 “독대는 음모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최 장관은 그러면서 “독대는 비효율적이고 나쁜 의사소통 방법으로 공직자는 독대를 피해야 한다”며 “독대는 정치인이나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독대를 음모와 연결 짓는 발상이 참으로 의아스러웠다.
박 대통령은 2015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의 대면보고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대해 배석한 국무위원들을 돌아보며 “(대면보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묻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박 대통령은 “옛날에는 대면보고만 해야 되지 않습니까? 전화도 없고. e-메일도 없고, 지금은 여러 가지 그런 것이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대면보고를 조금 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마는”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의 말에 따르면 그 이후에도 장관들의 대통령 대면보고, 즉 독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창조경제의 주무 부처 장관조차도 2년5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대통령과의 독대를 하지 못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재벌총수 7명과는 개별면담, 즉 독대를 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을 담당하는 장관과의 독대는 하지 않고 왜 재벌총수와는 독대했을까? 이 것 역시 특검 수사의 몫이다.
대통령과 장관과의 독대에 대한 의미 있는 글을 소개한다.
코리안 미러클 4 <위환위기의 파고를 넘어>(나남, 2016)에 따르면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 당시인 1998년 3월 11일부터 1999년 5월 19일까지 총 35회 주례회동(독대)을 대통령과 했다고 한다.
이규성 전 장관은 “이와 같은 주례보고에서는 경제상황이나 경제대책 등을 보고했는데 주요 목적이 무엇이었느냐 하면 경제상황에 대해서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 간의 인식을 통일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현실을 보는 눈과 대책을 마련하는 데 대한 견해를 통일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독대가 필요한 이유는 ‘인식과 견해를 통일하는 것’이다. 즉 소통을 위한 것이다. 이 말의 울림을 지금의 국무위원들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