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성과급을 여러 해에 나눠 지급하도록 한 것을 악용해 퇴직자에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안 주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10년 '금융투자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내놓고, 1억원 이상 고액성과급을 받는 직원에게 약 3년간 성과급을 분할 지급하는 '이연지급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특정 부서나 직원이 목표치 이상으로 성과를 냈더라도, 성과급을 1~3년 동안 일정 비율로 나눠주라는 것이다. 단기 실적이 아닌 종국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성과급 지급을 일부 유예하고, 중대 손실 발생 시 이연지급분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성과급이 이연되는 1년에서 3년 사이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성과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통합 KB증권을 비롯한 다수가 퇴직자에게 이연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성과급 이연지급 기준에 부합하는 직원이 최근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소형사 중에서도 교보증권을 비롯한 상당수가 잔여 성과급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모범규준은 1억원 이상 성과급을 받는 직원에게 이연지급을 적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퇴직하는 바람에 떼인 돈이 1명당 1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이연된 성과급은 액수를 정한 시점부터 직원 몫이고, 리스크가 해소되면 정상적으로 지급돼야 하는, 지급일이 미뤄진 돈일 뿐"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측은 직원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이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회사를 옮긴 한 증권사 직원은 "이직을 하면서 성과급을 못 받아 억울했지만 방법이 없었다"면서 "소송하거나 노동부에 신고하면 받을 수 있겠지만, 업계 평판이 나빠질까봐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급을 이연지급하기로 했다면, 퇴직 여부와 상관 없이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다. 퇴직일 이전 성과를 낸 부분에 대한 성과급은 퇴직 후라도 줘야 한다.
직원들이 재직시 수령하지 못한 성과급은 퇴사시에는 임금채권으로 전환된다. 근로기준법 47조에 따르면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퇴사일을 기준으로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