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새로운 금융회사 회생·정리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

2016-12-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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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이슈가 꾸준히 발생했다.

이달에는 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국민투표에서 현 정부의 개헌안이 부결됐다. 문제는 부결 이후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부실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계획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라는 명성을 지닌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디 시에(BMPS)'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을 도모했으나 투자자 참여 미흡으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3일 BMPS에 대해 구제금융(Bail-out)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BMPS 구제금융의 규모, 방법 등은 앞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구제금융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여건은 전 세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바뀌었다. 예컨대 EU는 금융위기를 교훈삼아 2014년에 은행 회생·정리지침(Bank Recovery and Resolution Directive, BRRD)을 제정, 납세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주주와 일부 채권자에게 부실금융회사의 손실을 우선적으로 부담(Bail-in)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기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 무엇보다 각국은 리먼브라더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대형화에 따른 시장 영향력과 복잡한 금융거래 때문에 유사시 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과도하게 위험을 추구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대형·복합금융회사가 부실화될 경우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질서 있게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 왔다. 대표적으로 EU가 요구하는 주식의 상각과 일부 채권의 상각 및 주식전환을 통한 손실분담이 있다. 관련 당사자들에게 손실분담을 요구할 경우 주주와 채권자는 대형·복합금융회사를 모니터링하면서 과도한 위험 추구를 통제할 유인을 갖게 되고, 이러한 시장의 자율규제 메커니즘이 작동될 경우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EU 뿐만 아니라 미국, 홍콩 등 금융안정위원회 24개국 회원국들이 대형·복합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정리체계 관련 새로운 제도적 장치로는 회생·정리계획(Recovery and Resolution Plan, RRP) 작성과 조기종결권 일시정지(Temporary Stay) 도입 등이 있다.

RRP는 위기 및 부실 시나리오를 각각 가정해 금융회사는 자체적인 정상화 방안을, 정리당국은 질서 있는 권한 행사 방안을 사전에 작성토록 하는 제도다. 2008년 부실금융회사 파산 과정에서 경험했던 무질서와 혼란을 방지하고, 유사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조기종결권 일시정지는 정리당국의 정리권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간(2영업일 이내 등) 동안 시장 참가자의 파생상품 등 일부 금융계약 조기종결권을 중지시키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합의된 금융회사 정리체계 관련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해외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제 규범의 국내화를 통해 이들과 동등한 여건을 확보할 것을 요구받고 있어서다. 새로운 제도를 기존의 국내법 질서와 어떻게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국내에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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