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회원사에 보낸 레터에서 “돌아오는 (2월)정기총회까지 여러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고 저는 회장직을 물러날 것”이라며 “전경련을 이끌어주실 새로운 회장님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이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전경련 회장직은 상당기간 공석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월 초 전경련은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해 회장단을 포함한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으나 회장직을 맡겠다는 인물이 없어 회장 선출에 난항을 겪어 왔다. 결국 지난해 2월 허 회장이 ‘울며 겨자 먹기식’ 3연임으로 35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급한불은 끈 상태였다.
회장직 공석 장기화와 더불어 재계의 탈퇴러시도 전경련 해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재계에서 LG가 가장 먼저 탈퇴를 공식 선언한데 이어 KT도 탈퇴를 선언했으며 삼성과 SK 등 재계 5위권 내 그룹들도 잇달아 탈퇴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전경련이 그룹들로부터 거둬들인 회비는 총 490억원 수준으로 그중 절반 이상이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들 그룹들의 탈퇴로 인한 회비납부 중단으로 전경련은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간 재계와 학계에서는 전경련을 미국 보수단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 재단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전경련에 대해서는 “각 기업간의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이미 해체수순에 돌입한 것과 다름 없다”면서 “해체냐 변화냐를 두고 아직 결정된게 없는 만큼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