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주류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을 주무르던 정치적 기득권층에 대한 소외계층의 저항과 분노가 눌려있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자유무역협상 폐지나 전통적 동맹관계의 틀을 벗어나는 외교행보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취임 전부터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깨뜨리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중국과의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그밖에도 감세와 각종 규제 철폐,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같은 경제 정책의 효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2) 브렉시트..포퓰리즘의 부상
지난 6월 23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영국인 51.9%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찬성에 표를 던졌다. 투표 전 많은 이들은 영국의 EU 잔류를 점쳤으나 이민자 급증에 따른 반이민 정서의 확대와 테러 공포, EU 체제에 대한 불신은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를 낳았다.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취임해 브렉시트 추진을 약속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들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2월 4일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에서도 국민들은 마테오 렌치 총리의 개혁안을 거부하면서 포퓰리즘 정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년에는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등 대형 선거들이 예정되어 있어 포퓰리즘 정당들의 돌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12월 14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정례회의를 통해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한편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전망하며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고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6%로 완전고용에 가까워졌고 인플레 지표도 연준의 2% 목표치에 근접한 데다 내년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까지 예상되고 있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예전처럼 마음 놓고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게 됐다.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자본이 해외로 급속히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은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 남중국해서 격돌, 살얼음판 걷는 미·중관계
아시아로 회귀하려는 미국과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 소위 G2가 남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은 “PCA는 남중국해 분쟁을 판결할 자격도 권리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네티즌들까지 “남중국해는 중국의 영토”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미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필리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함을 동원한 '항해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중국을 도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도 벌써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미중 관계는 앞으로도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그는 최근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국 수중드론 나포하자 ‘훔쳐갔다’는 표현까지 쓰며 맹비난했다. 또, 트럼프는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 고관세 부과 등도 주장해왔다. ‘하나의 중국’ 원칙도 흔들고 있다. 이에 중국은 “이에는 이, 눈에 눈, 대응할 충분한 힘이 있다”며 맞서 G2의 충돌은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5) 끊임없이 터지는 지구촌 테러
올해에도 전 세계는 각종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직접적인 공격뿐 아니라 IS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의 공격까지 더해져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지난해 11월 130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테러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3월 벨기에의 브뤼셀 공항에서는 자살폭탄이 터져 32명이 사망했다. 6월 12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외로운 늑대가 총기난사를 벌여 50명이 숨졌고 보름 뒤에는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IS의 자폭테러로 36명이 희생됐다. 7월 프랑스 해안도시 니스에서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트럭 테러는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한층 고조시켰다. 테러 청정국이던 독일에서도 7월 통근열차 도끼 테러, 쇼핑센터 총기난사를 비롯해 이달 19일에는 베를린 트럭 공격까지 일어나면서 그 어느 곳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 상기시켰다.
6) 차이잉원 총통 취임후 악화일로 걷는 양안관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이 지난 5월 대만 총통에 당선된 이후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는 연일 악화하고 있다. 차이 총통이 양안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9·2 공식'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중국을 자극한 게 발단이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자 중국은 대만 인근에 전투기를 띄우고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군사적 공세도 퍼부음과 동시에 대만과 수교를 맺은 국가들을 회유하며 대만을 외교적 고립상태로까지 몰아넣으며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양안 관계 경색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현지 항공사나 여행사가 문을 닫는 등 대만 경제에 적지 않은 후폭풍도 일으켰다.
7) 아시아 긴장시킨 '전쟁 법안'...일본 안보법 발효
지난 3월 일본에서는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집단자위권 법안(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이 발효됐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에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 주관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이른바 '전쟁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헌법 9조에서는 전력 보유 금지, 교전권(交戰權·주권국이 전쟁할 수 있는 권리) 부인 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 당규를 바꿔 최장기 총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을 서두르는 이유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내 영유권 분쟁, 북핵 관련 한반도 정세 등 지정학적 위기를 염두에 두고 매년 방위비 예산을 최대치로 경신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2017년에도 군사적 야망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8) 리우 올림픽 앞두고 창궐한 '지카바이러스' 공포
올 초에는 신생아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해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다. 주로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통상 모기 개체가 급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의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3월 카니발, 8월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브라질에서 대규모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키스 금지령·임산부 여행 자제 주의보 등 독특한 권고 사항이 전 세계에 확대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례적으로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기도 했다. 9월에는 관광대국인 태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지카 감염 확진 환자가 속출하면서 전방위적 방역이 이뤄졌다. 현재 미국과 브라질 등 각국에서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9) 시리아 알레포 함락...시리아의 봄은 올까
지난 11월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를 점령하면서 시리아 내전의 향방이 어떻게 나뉠지 관심이 쏠린다. 시리아의 상업·금융 중심지였던 알레포가 전략적 요충지로 변한 것은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가 내전으로 바뀌던 2011년 봄부터다. 5년 여의 교전 끝에 정부군은 러시아의 협조를 등에 업고 알레포 대다수를 탈환하면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상태다. 다만 정부군 편에 서서 시리아 내전 종식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시리아 내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전이 진행되는 동안 목숨을 잃은 민간인과 군인은 지금까지 27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에도 봄은 올까.
10) '피의 지도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지난 6월에는 ‘아시아의 트럼프’로 일컬어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기성정치에 지친 민심의 지지를 얻었지만 마약을 밀매하거나 상습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 없이 현장 사살된 용의자가 6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미국과의 동맹을 통한 전임 아키노 정부의 중국 견제 방침과는 정 반대로 중국 정부에 대한 호감을 보이는가 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모멸적인 욕설을 퍼붓는 모습으로 외교 노선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트럼프 체제에 대한 기대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의외로 양국 간 관계 회복에 대한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