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습 현장을 찾아 '화해' 의미를 강조했다. 일본 총리가 75년 만에 진주만을 찾은 것은 역사적 방문이지만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메시지가 제외된 것은 유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28일 보도를 통해 아베 총리가 진주만 공습 희생자들을 기리는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도한 뒤 연설을 통해 "두 번 다시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결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 일본은 그동안 강한 동맹을 구축해왔다"며 "관용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 '화해의 힘'이 작용했다"며 양국 동맹의 의미를 강조했다"고도 강조했다.
미·일 정상이 함께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다. 외신들은 대체로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에 이어 '역사적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과' 메시지가 빠졌다는 점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미국 A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일 정상이 처음으로 나란히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에 방문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아베 총리가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며 "진주만 공습 생존자 가운데서도 일본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진주만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이어 양국의 화해를 뜻하는 새로운 장면이었다"며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기회였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는 애도의 뜻은 강조하면서도 사과의 메시지는 따로 전하지 않았다"면서 아베 총리의 발언 전문을 웹 사이트에 게재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전쟁에 대한 사죄나 반성의 뜻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한국과 중국 등 전쟁 피해국의 반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일 화해 모드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침략 행위에 대한 주변국의 사과 요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일 전쟁의 종식을 강조함으로써 전쟁 결과에 대한 책임 분쟁에서 한숨 돌리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중국 내에서는 "난징 대학살의 피해자들은 왜 애도하지 않느냐"며 아베 총리의 대응 방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가 진정한 역사적 화해를 추구한다면 진주만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을 찾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1941년 12월 8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태평양 함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 공격했다. 당시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인 2400여 명이 사망했다.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연합군이 승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