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하와이 소재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찾는 것으로 하와이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에는 진주만 공습 현장을 동반 방문할 예정이어서 외신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헌화한 뒤 마키키 지역에 있는 일본인 묘지를 방문해 희생자 위령비를 찾았다.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는 태평양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1만 3000명 이상이 잠들어 있다.
외신들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도 진주만 공격에 대한 사과 입장은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P 통신은 "일본 총리의 진주만 애리조나호 기념관 방문은 공습 7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추모는 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습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본다면 사과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히로시마를 찾아 미군 원폭에 희생된 피해자들을 추모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며 "아베 총리도 직접적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당분간 경제보다는 외교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정권 교체를 앞둔 데다 일본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토비아스 해리스 부사장은 "적어도 2017년 상반기까지는 일본 정부가 경제보다는 외교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며 "1단계에서는 우선 정확한 미일 관계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1941년 12월 8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태평양 함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 공격했다. 당시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인 2400여 명이 사망했다.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연합군이 승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