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심각한 스모그가 중국을 덮치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흡기 환자가 늘고 관련 약품 수요가 급증해 중국이 글로벌 제약회사의 핵심 시장으로 떠올랐을 정도다.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뉴스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호흡기계 약물로 유명한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소리어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 흡연 등이 폐 질환 유발의 주요 원인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폐암 등 질병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관련 약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지난해 중국이 일본을 넘어 유럽 다음의 2대 시장이 됐다. 올 상반기 아스트라제네카의 중국 시장 매출은 90억1000만 위안(약 1조5537억원)으로 화이자 다음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글로벌 제약회사가 됐다. 화이자와의 차이는 5억 위안에 그쳤다. 3위는 73억5000만 위안의 독일의 바이엘이 차지했다.
스모그 왕국이 된 중국이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업계 영향력까지 커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5월 비세포성 폐암에 효과적인 항암제 '이레사'의 한달치 중국 판매 가격을 기존의 1만5000위안에서 7000위안으로 무려 55% 낮췄다. 이는 유럽 제약회사의 신흥시장 판매제품 가격 역대 최대 인하폭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한 국가에서 책정된 가격은 글로벌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줘 파장이 크다"면서 "하지만 중요한 시장일수록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 몰아닥친 스모그로 중국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당국이 대기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고 성과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모그로 인한 새로운 풍경도 연출됐다. 스모그를 피해 떠나는 '스모그 난민'이 등장했고 여행사는 앞다퉈 청정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변호사들이 당국에 청원서를 내는 '스모그 소송'도 있었다. 중국 대기오염 실태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이례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